
맨날 놀러 오라고 문자 보내는 친구
강원도에 사는 친구 이야기예요. 저보다 한 살 위인 쉰여섯으로, 몇 년 전 귀촌해서 강원도 산자락 아래 살고 있는 친구입니다. 공기 좋고 조용하고 물도 맑다면서 만족도가 높은데, 문제는 외롭다는 거예요. 맨날 문자가 옵니다. "야 놀러 와. 공기 진짜 좋다." 한 달에 두세 번은 그런 문자가 오는데, 못 간다고 하면 또 옵니다. "아 진짜, 언제 올겨, 안 올거면 말구" 귀촌 한지도 좀 지났는데 아직 적응이 덜 됐나 봅니다.
그런 친구한테서 어느 날 좀 다른 내용의 문자가 왔어요. "야, 요즘 눈이 좀 이상한 것 같아. 시야가 뭔가 좁아진 느낌이 드는데 이거 뭔가?" 그러면서 한마디 더 했습니다. "니가 눈 수술했잖아. 이런 거 알지 않냐?" 맞아요. 저도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노안 교정까지 같이 했습니다. 노안이면 백내장도 같이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친구한테 노안 백내장이냐고 물었더니 그건 당연한 것 같다고 했어요. 핸드폰 볼 때는 당연히 멀리 봐야 하고, 낮에는 그런대로 잘 보인다는데, 밤에 가로등 같은 광원이 무지개빛으로 보인다는 거예요. 저도 렌즈 삽입 수술을 해서 저녁에 어둑어둑할 때쯤 되면 빛이 번지면서 신호등 불이 동그란 원 모양으로 보이는 경험이 있었어요.
그런데 친구는 그게 아니라 무지개 빛이라고 했습니다. "그거 다르다. 나는 신호등 주변에 원이 생기는 거고 너는 무지개 빛이잖아. 그건 좀 이상한 거 같은데." 그 말에 친구도 좀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가로등이 무지개빛으로 보인다고 했다
친구가 보낸 증상들을 들어보니 심상치 않았어요. 시야가 좁아진 느낌, 어두운 곳에서 가로등 같은 광원이 무지개 빛으로 보이는 증상. 뒤통수 아래가 찌릿하게 아팠다는 말도 했어요. 충혈이나 눈 통증은 없다고 했고, 시력 저하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증상들이 녹내장의 신호일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 바로 안과를 가보라고 했습니다. 특히 가로등 같은 광원 주변에 무지개빛 빛 번짐이 보이는 현상은 안압이 올라갈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에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녹내장 가이드에서도 녹내장은 초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가 시야 결손이 느껴질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조부모님이 녹내장이 있었다고도 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빨리 가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가족력이 있으면 녹내장 발생 위험이 훨씬 높아지니까요.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이 올 수 있다
친구가 강원도 양양 시내 안과를 먼저 찾아갔어요. 안압 검사를 받았는데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안압이 정상이라고 해서 녹내장이 아닌 건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가 전체의 70~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고 합니다.
녹내장은 안압 하나만으로 진단하는 게 아니에요. 안압 측정과 함께 시신경의 모양을 살피는 안저 검사, 실제 시야가 어느 정도 결손됐는지 확인하는 시야 검사를 종합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양양 안과에서 정밀 검사가 어렵다고 해서 결국 서울 큰 병원을 찾아가기로 했어요.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녹내장 진단 절차에서도 녹내장 진단은 안압 외에 시신경 두께 분석, 시야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정확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정밀 검사에서 초기 녹내장 소견이 나왔다
친구가 서울 안과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어요. 안압 검사는 물론 시신경 상태를 보는 안저 촬영, 시신경 두께를 층별로 분석하는 검사, 컴퓨터로 시야 결손을 확인하는 정밀 시야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결과는 초기 녹내장 소견이었어요.
친구가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안압도 정상이고 눈도 잘 보이는데 녹내장이래. 이게 무슨 소리야." 전형적인 정상안압 녹내장이었습니다. 안압은 수치상 정상인데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고 있는 상태였던 거예요. 그래도 일찍 발견한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의사가 당장 실명 위험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안약으로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즉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고 해요. 녹내장은 한번 손상된 시신경을 되돌릴 수 없어요. 하지만 안약 치료를 꾸준히 하면 진행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iN 녹내장 관리 요령에서도 녹내장은 조기 발견해서 꾸준히 약물 치료를 이어가면 실명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50대부터는 매년 한 번 안과 검진을 받으세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제 눈을 돌아봤어요. 저도 백내장 수술에 노안 렌즈 삽입을 해서 안경은 안 쓰게 됐지만, 관리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예요. 몸 컨디션에 따라 어떤 날은 잘 안 보이고, 특히 아침에는 눈이 너무 건조해서 흐릿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계속 안약도 넣고 건강 보조식품도 챙겨 먹으면서 관리를 해주고 있습니다. 저한테도 언제 녹내장이 올지 모르니까 늘 경계하고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더 커졌습니다.
눈이 좀 침침하면 그저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녹내장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서 시야가 좁아지는 걸 스스로 느꼈을 때는 이미 시신경이 상당히 파괴된 이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녹내장 클리닉 안내에 따르면 50대 이후부터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연 1회 정기적인 안과 종합 검진을 받는 것이 눈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요즘 더 자연인 같은 강원도 친구는 요즘도 맨날 놀러 오라고 문자를 보내옵니다. 그런데 이제 눈 검사 결과도 문자로 같이 보내요. "안약 열심히 넣고 있어. 다음 달 검진 또 있어." 놀러 오라는 백 번의 문자보다, 눈 관리 잘하고 있다는 그 문자 한 줄이 제겐 더 고맙고 반갑습니다.
강원도는 못가도 어제 아침에는 시원한 아침 출근길에 잠깐 걸었습니다. 요즘 주차하기도 어려워 일주일에 한두 번은 운동할 겸 버스를 타고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걸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강원도에서 시원하게 친구와 걸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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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개인적인 경험과 신뢰할 수 있는 공개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니며, 개인의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 및 정밀 검사를 진행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