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일부러 나쁘게 만들었던 어린 시절
제 이야기예요. 어릴 때 눈이 정말 좋았습니다. 부모님도 안경 없이 지내실 만큼 눈이 좋으셨고, 저도 초등학교 때까지 시력 걱정을 한 번도 안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교실에서 선생님 안경을 여럿이 돌아가며 써보는 일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한마디씩 했습니다. "야, 너 안경 엄청 잘 어울린다. 멋있다." 그 말 한마디가 문제였어요.
그때부터 안경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눈이 너무 좋은 겁니다. 어떻게든 눈을 나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TV 앞에 바짝 붙어서 눈을 혹사시키고, 어두운 데서 책도 읽고, 온갖 방법을 동원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는 짓이었는데 당시엔 진심이었습니다. 그 황당한 노력의 결과로 고등학교 1학년 때 드디어 안경을 쓰게 됐어요.
막상 안경을 써보니 제가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바로 알았습니다. 뜨거운 음식 먹으면 김이 서려서 앞이 안 보이고, 운동할 때마다 흘러내리고, 잠깐 놔두면 어디 있는지 몰라서 한참 찾고.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그렇게 평생 안경을 쓰고 살다가 50대가 됐습니다.
50대에 안경 벗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왔다
50대가 되면서 안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강해졌어요. 그때 주변에서 노안 백내장 인공렌즈 삽입술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노안 백내장 인공렌즈 삽입술이란 노화로 혼탁해지거나 탄력을 잃은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해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이에요.
당시 가입해 놓은 실비보험이 적용된다는 말도 들려서 수술 잘한다는 강남 안과를 찾아갔습니다. 2층에서 접수, 3층에서 검사, 4층에서 최종 진단을 받는 구조였어요. 50대 초반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예상과 달랐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수술할 만한 상태가 아닙니다. 노화는 왔지만 백내장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5년 후에 다시 오세요." 1박 2일짜리 수술이라 짐을 단단히 싸가지고 갔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허탈했어요. 그렇게 첫 번째 시도는 허탕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실비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소식도 들리면서 거의 포기하고 있던 차에, 보험 설계사로부터 조언을 들었습니다. 보험을 여러 개 가입해 두면 수술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보험 가입 후 1년을 기다렸다가 수술을 받기로 최종 결심했습니다.
눈을 뜬 채로 수술하는 공포
눈 수술이라는 게 다른 부위 수술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눈을 뜬 채로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공포였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불안감이 상당했어요. 강남 글로리안과에서 수술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푸근한 인상의 의사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고, 수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들으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수술은 이틀에 나눠서 진행됐습니다. 하루에 한쪽씩, 왼쪽과 오른쪽을 따로 수술하는 방식이었어요. 서울아산병원 의료정보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은 초음파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잘게 부수는 수정체 유화술로 기존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며, 절개 부위가 작아 회복이 빠르고 점안 마취로 진행되어 통증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해요.
실제로 수술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반짝반짝 레이저가 눈 속에서 번쩍거렸어요. 통증은 거의 없었는데 불안감만큼은 수술 내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이게 잘 돼서 젊었을 때처럼 눈이 돌아올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수술 후 솔직한 이야기, 주변 말과 달랐다
수술이 끝나고 가장 먼저 느낀 건 이물감이었어요. 수술 전에 이물감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병원 후기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는데 제 경우엔 눈에 뭔가 들어간 느낌이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노안 백내장 인공렌즈 삽입술로 시력은 분명히 좋아졌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얘기하던 것처럼 완전히 깨끗하게 잘 보이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80% 정도, 피곤할 때는 70% 정도 회복된 느낌이었어요.
난시가 심한 쪽에는 토릭 렌즈를 삽입했는데, 원거리는 그런대로 잘 보이지만 가까운 거리가 여전히 불편합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후에는 노안과 같이 조절 기능이 사라지므로 원거리와 근거리 물체를 동시에 보기 어려울 수 있고, 근거리 작업 시 돋보기 안경이 필요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수술 이후 후발성 백내장이 생겨 레이저 치료도 추가로 받았습니다. 1차 수술, 2차 수술, 후발성 레이저 치료까지 모두 보험 처리가 됐어요. 그 부분은 다행이었습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 문제는 안구건조증이에요. 쉽게 나아지지 않고 계속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인공눈물을 떨어뜨리고 있어요. 그래도 안경을 안 쓰는 해방감으로 위안을 삼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천하느냐고요, 솔직히 망설여진다
노안 백내장 인공렌즈 삽입술을 받고 나서 누군가 똑같은 수술을 한다고 하면 선뜻 추천하기가 망설여져요.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눈이 완전히 맑아지는 결과가 모두에게 똑같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난시 정도, 수정체 상태, 개인의 눈 건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백내장 수술은 수술 전 충분한 정밀 검사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수술 전보다 분명히 잘 보이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수술했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눈을 혹사시키면 금방 피로해지고, 안구건조증도 꾸준히 관리해야 해요. 어릴 때 눈을 일부러 나쁘게 만들었던 제가 50대에 백내장 수술까지 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떻게 됐든 제가 선택한 길이니 후회 없이 잘 관리하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결국 몸은 관리의 영역이라는 걸 이 수술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실감했어요.
관련 출처
서울아산병원 의료정보 - 백내장 제거 및 인공수정체 삽입술
※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