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쩡하던 귀가 하룻밤 사이에
같은 업계에서 오래 알고 지낸 H팀장님이 있습니다. 1968년생, 올해로 쉰여섯입니다. 젊은 시절 교통사고를 크게 한 번 당하고 나서 이런저런 수술을 워낙 많이 받아서, 스스로를 "인조인간"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뼈에 철심도 있고, 관절도 인공으로 교체한 부위가 있어서 그냥 웃으며 하는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이 좀 찡하긴 합니다.
그분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한쪽 귀가 안 들렸다고 합니다. 처음엔 귀에 물이 찬 건가, 잠을 이상하게 잔 건가 싶어서 그냥 손바닥으로 귀 옆을 몇 번 탁탁 쳤다고 했습니다. 근데 아무리 해도 소리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먹먹함이 아니라 진짜 "없음"이었다고 표현하더군요.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소리가 줄어든 게 아니라 그냥 없어졌다고.
돌발성 난청이 이런 식으로 옵니다. 예고 없이, 아무 전조도 없이, 하룻밤 사이에 뚝 끊깁니다.
72시간이 치료의 열쇠
H팀장님은 그날 바로 건양대학교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대전에서 일을 하시는 분이라 가까운 대형병원을 찾은 거였는데,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진단을 내리면서 처음으로 정확한 병명을 들었습니다. 급성 돌발성 난청. 정식 명칭은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입니다.
의사가 한 말 중에 제일 무거웠던 게 "72시간 안에 집중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 이후로는 회복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H팀장님이 저한테 이 얘기를 전해줄 때, "그 말 듣는데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라고 했습니다. 귀 하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달린 얘기가 되었습니다.
돌발성 난청의 원인은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혈액순환 장애,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치료는 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투여가 기본입니다. 입원해서 정맥주사로 맞거나 먹는 약으로 진행하는데, 병원마다 프로토콜이 조금씩 다릅니다. 건양대병원에서는 입원 치료를 권유했고, H팀장님은 그 자리에서 바로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일주일 입원, 그리고 퇴원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있었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혈액순환 개선제도 함께 썼습니다. 요즘은 고막 안쪽에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고실 내 주사' 치료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H팀장님도 그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귀 안에 주사를 놓는 거라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본인 말로는 "사실 그렇게 많이 아프진 않더라"라고 했습니다. 수술을 워낙 많이 해봐서 내성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으면서요.
퇴원은 했습니다. 먹는 약도 받아서 나왔습니다. 근데 귀는 아직 안 들립니다.
이게 제일 힘든 부분입니다. 치료를 다 받았는데 결과가 바로 오지 않는 것. 돌발성 난청은 치료 시작 시기와 개인 상태에 따라 회복 정도가 천차만별입니다.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 부분적으로만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안타깝게도 회복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H팀장님은 지금 외래 통원 치료를 이어가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이 나이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마세요
H팀장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나도 언제 이럴 수 있겠구나"였습니다. 50대가 넘으면 혈액순환이 전반적으로 느려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방식도 젊을 때와 다릅니다. 돌발성 난청이 중년에게 더 자주 나타나는 건 그냥 우연이 아닙니다.
갑자기 한쪽 귀가 잘 안 들리거나, 소리가 먹먹하게 느껴지거나, 귀에서 이명이 갑자기 심해진다면 절대 며칠 두고 보지 마십시오. 저도 이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귀는 좀 쉬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근데 돌발성 난청은 72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됩니다. 그 시간 안에 큰 병원 이비인후과에 가야 합니다. 동네 이비인후과 말고, 검사 장비가 갖춰진 곳으로.
H팀장님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다행히 바로 갔는데, 하루만 더 버텼으면 어쩔 뻔했냐." 그 말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가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냥 넘깁니다. 저처럼 이 나이쯤 되면 주변에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한두 명씩 꼭 생깁니다. 그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조금이라도 빨리 알고,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 출처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 www.amc.seoul.kr
※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