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안인 줄 알았던 마흔둘 후배
학교 다닐 때부터 유독 정이 가던 아끼는 후배 녀석 이야기입니다. 올해 마흔둘인데, 어릴 때부터 눈이 워낙 마이너스 눈이라 '압축 안경렌즈'를 대여섯 번씩 압축해도 눈이 뱅뱅 돌아가 보일 정도로 두꺼운 안경을 쓰고 살던 친구입니다. 늘 눈앞에 먼지나 파리 같은 게 떠다니는 비문증도 심해서 병원에서 망막이랑 안압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정기적으로 안과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쯤 녀석이 슬그머니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한쪽 눈으로 스마트폰 글씨나 가까운 서류가 잘 안 보인다는 겁니다. 걱정돼서 원래 다니던 병원이랑 다른 안과까지 두 군데를 돌아봤는데, 의사들이 하나같이 "마흔 넘으면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노안인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고 해요.

그런데 몇 달 사이에 조금씩 먼 곳에 있는 간판이나 표지판까지 흐릿하게 안 보이기 시작하니까 후배도 겁이 났는지 큰 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백내장이었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라 의사도 일단 백내장 진행을 늦추는 안약을 쓰면서 3개월 뒤에 경과를 보자고 했습니다.
3개월이 지나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후배는 눈이 너무 답답해서 수술할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갔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백내장 사진을 보여주면서 렌즈 뒷부분이 흐려지는 후낭백내장도 조금 섞여 있다고 설명하더니,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지금 한쪽 눈만 백내장 수술을 하면 정상인 반대쪽 눈이랑 시력 차이가 너무 커서 심한 짝눈이 됩니다. 어지러워서 못 살아요. 그러니까 일단 최대한 버텨봅시다"라는 거였습니다. 수술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던 후배는 그 자리에서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합니다.
더 나빠질 때까지 참으라니
의사 선생님은 최대한 안약으로 버티면서 3개월마다 검사를 하자고 했고, 마지막에는 "젊으니까 관리 잘해서 최대한 10년만 버텨보자"며 웃으면서 격려해 주셨답니다. 하지만 병원을 나온 후배한테서 저한테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완전히 풀 죽어 있었습니다.
"형, 나 오늘 병원 다녀왔는데 멘탈이 완전히 무너지는 느낌이야." 요 몇 달 동안 운전할 때 앞차 번호판도 안 보이고 길거리 간판 전화번호도 안 보여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치료방법이 '더 나빠질 때까지 몇 년이고 꾹 참고 기다리는 것'뿐이라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던 겁니다. 예전에는 멀리서도 잘만 보이던 것들이 일상에서 하나씩 지워져 가는 게 피부로 느껴지니까 덜컥 공포심까지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오른쪽 눈은 시력이 잘 나와서 일상생활은 가능했지만, 양쪽 눈 다 비문증이 심한 상태라 그나마 멀쩡한 오른쪽 눈은 절대로 수술로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부담감도 엄청났던 모양입니다. 짝눈 이라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니 성격도 예민해지고 화도 자주 난다며 괴로워했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비문증
그렇게 낙담하며 지내던 후배 녀석한테 몇 주 뒤에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사르르 떨릴 정도로 다급했습니다. "형, 눈앞에 떠다니던 먼지 같은 게 갑자기 수십 개로 늘어났어. 크기도 훨씬 커졌고... 무엇보다 눈 가장자리에서 자꾸 번개 치듯이 불빛이 번쩍번쩍해."
저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경보음이 울렸습니다. 눈앞에 떠다니는 게 갑자기 많아지고 빛이 번쩍이는 광시증이 나타났다면, 그건 백내장 문제가 아니라 눈 뒤쪽 망막에 심각한 비상사태가 터졌다는 신호거든요. 후배는 "내일 아침 일찍 안과에 가봐야겠다"고 했지만, 제가 호통을 치며 소리 질렀습니다. "안 돼, 내일 가긴 뭘 내일 가! 지금 당장 가방 싸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뛰어 가!"
그날 저녁 늦게 후배 녀석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제 말 듣고 곧바로 응급실 가길 천만다행이었다며, 검사 결과 망막에 구멍이 뚫리는 '망막열공'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발견이 빨라 구멍 주변을 지져서 더 찢어지지 않게 막는 긴급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망막박리에서도 초고도근시나 심한 비문증이 있는 환자가 갑자기 떠다니는 물체가 늘어나거나 빛 번쩍임 증상을 느낀다면, 이는 망막이 찢어지고 있다는 절대적인 위험 신호이므로 즉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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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들어가기 무섭다는 동생
응급 레이저 시술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심조심 지내고 있었는데, 불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며칠 뒤 아침, 눈을 뜬 후배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한쪽 눈 아래쪽에서 까만 커튼이 스르륵 쳐지는 것처럼 시야의 일부분이 완전히 가려져서 보이지 않더랍니다. 눈을 비벼보고 눈물이 고여도 그 까만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후배는 저와 통화하면서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목소리를 바르르 떨었습니다. 정말 눈이 멀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가 밀려왔던 겁니다.
빛의 속도로 안과 종합병원에 들어갔더니 의사가 안저 촬영 사진을 보며 심각하게 말했습니다. 망막에 생긴 구멍 사이로 눈 속 액체가 흘러 들어가 망막이 벽지처럼 주르륵 뜯어지는 '망막박리'가 시작되었다는 겁니다. 이건 지체할 시간이 없는 1분 1초를 다투는 응급 수술 케이스였습니다. 수술실 침대로 옮겨지기 직전, 후배 녀석이 저한테 보낸 짧은 문자 메시지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형, 나 지금 수술실 들어가. 너무 무섭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망막박리 동영상를 보면, 망막박리는 시력을 담당하는 시세포들이 영구적으로 손상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수술을 성공시켜야만 실명을 막고 시력을 보존할 수 있는 초응급 상황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지옥 같았던 회복기를 지나 마침내 걷힌 커튼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진짜 지옥은 수술 후에 찾아왔습니다. 눈 속에 가스나 실리콘오일을 채워 넣고 뜯어진 망막을 가라앉혀야 했기 때문에, 수술 후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 24시간 내내 바닥을 바라보고 엎드려 있어야만 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도넛 방석에 얼굴을 파묻고 엎드려 먹어야 했고, 잘 때도 엎드린 채로 자야 하니 온몸의 관절과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고 해요. 눈 때문에 스트레스받던 건 약과였다 싶을 만큼 그 자세 유지가 사람 피를 말리더랍니다.
그렇게 눈물겨운 한 달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후배 녀석이 아주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형! 드디어 시야가 돌아왔어! 눈앞에 답답하게 쳐져 있던 그 까만 커튼이 싹 걷혔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참았던 안도의 한숨이 크게 새어 나왔습니다.
물론 뜯어졌던 망막을 다시 붙인 거라 시력이 예전처럼 아주 선명하게 100%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가려진 시야가 정상으로 복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았습니다. 녀석이 저한테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형, 블로그에 이 얘기 꼭 써줘. 주변에 눈 나쁘거나 비문증 있는 사람 있으면 눈에 아주 작은 이상이라도 느꼈을 때 하루 이틀 버티지 말고 그날 바로 응급실 가라고 해. 나 진짜 형 아니었으면 실명할 뻔했어." 후배의 생생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모아 망막박리에 따르면, 망막박리는 발병 후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술 성공률이 떨어지고 영구적인 시력 상실로 이어질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후배가 만약 이틀만 더 미적거렸다면 결과는 정말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했을 겁니다.
이런 눈 증상이 있다면 당장 응급실 가세요
초고도근시가 있거나 평소 비문증을 앓고 계신 분들은 아래의 세 가지 증상 중 딱 하나라도 눈에 보인다면, 다음 날 외래 예약을 잡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시고 그 즉시 안과 종합병원 응급실로 뛰어가셔야 합니다.
첫째, 눈앞에 날파리나 아지랑이 같은 검은 점들의 개수가 갑자기 수십 개로 확 늘어났을 때.
둘째, 어두운 곳이나 눈 가장자리에서 번개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듯 불빛이 번쩍거릴 때(광시증).
셋째, 눈앞의 시야 일부가 까만 커튼이나 그림자가 쳐진 것처럼 가려져서 보이지 않을 때.
백내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눈이 더 나빠질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던 후배가, 뜻하지 않은 망막박리라는 큰 고비를 넘기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망막이 들뜨는 망막박리 에서도 강조하듯 오직 빠른 대처만이 우리 눈의 실명을 막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우리 몸의 장기 중 그 어느 곳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눈 건강만큼은 절대로 "조금 더 지켜보자"며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이상하다 싶으면 즉시 행동하시는 것이 내 소중한 시력을 지키는 길입니다.
후배의 다급했던 문자 메시지를 다시 쳐다보며, 내 몸의 혈행을 맑게 유지하고 눈과 전신 세포로 가는 영양 공급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습니다. 오늘도 안일해지려는 마음을 털어내고 포스팅을 마치는 대로 곧장 옥상으로 올라가려 합니다.
맑은 밤공기를 마시며 전신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면역력을 단단히 굳히는 근력 운동으로 하루의 땀방울을 기분 좋게 흘려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밤, 불 끄기 전에 내 눈과 소중한 가족들의 시력 건강을 다정하게 감싸 안아주시는 따뜻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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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니며,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