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에 싱싱한 채소가 가득했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들어왔는데 냉장고가 이상했어요. 오이, 가지, 상추 같은 싱싱한 채소들이 가득 들어있는 거예요. 와이프한테 뭐냐고 했더니 교회 집사님이 주셨다고 했어요. 맛있겠다 했더니 와이프가 말을 이었습니다. 그 집사님 어머니가 췌장암이라고 하더라는 거예요.
집사님 어머니는 세종시에 사시는 분이에요. 세종시가 개발되면서 땅 팔아서 그 돈으로 자식들 집을 한 채씩 다 사주셨다고 했어요. 6남매 자식들한테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일주일에 두 번씩 택배로 보내주셨다고 했습니다. 싱싱한 거 먹으라고요. 평생 자식들만 위해서 사신 분이었어요. 냉장고에 가득 찬 그 채소들이 갑자기 다르게 보였습니다.
소화가 계속 안 되고 배가 아프다고 하셨는데, 바빠서 병원을 제때 모시고 가지 못했다고 했어요. 그러다 밭에서 일하시다가 쓰러지셔서 119에 실려 병원을 가셨다는 겁니다. 처음엔 위내시경, 대장내시경만 했다고 했어요.
서울아산병원에서 처음부터 다시 검사를 했다
집사님이 백방으로 알아봐서 서울아산병원 진료 날짜를 잡았다고 했어요. 암환자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예약을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겨우 날짜를 잡고 가셨더니, 처음부터 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하더래요.
결과가 나왔을 때 집사님이 운전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고 했어요. 와이프가 운전을 해줘서 집까지 데려다줬는데, 차 안에서 펑펑 울더랬어요. 어머니 췌장암이 간까지 전이가 다 됐다는 말을 들으셨던 거예요.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말도요.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저도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췌장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요.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픈 증상이 있어도 위장 문제로 넘기기 쉽습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도 췌장암은 초기 발견율이 10% 이하로 매우 낮으며,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집사님 어머니가 딱 그 경우였습니다.
막내 동생한테 검진하라고 했는데
집사님이 와이프한테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세종에 사는 막내 동생한테 어머니 검진 좀 시켜드리라고 했는데,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데 와이프도, 저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어요. 안타깝다는 말밖에는요.
6남매 자식들한테 일주일에 두 번씩 채소를 택배로 보내주시던 분이에요.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프다고 하셨는데 그 신호를 제때 잡지 못했어요. 췌장암은 워낙 조용히 진행되는 암이라 가족이 옆에서 챙겨드리지 않으면 늦어지기 쉽습니다. 집사님이 어머니한테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는 말이 오래 남았어요.
췌장은 위장 뒤쪽 깊숙이 자리한 기관이에요. 그래서 초음파나 CT 같은 정밀 검사 없이는 이상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췌장암은 복통, 체중 감소, 황달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특히 당뇨가 갑자기 생겼거나 소화가 지속적으로 안 되고 등 쪽으로 통증이 퍼진다면 췌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췌장암은 왜 이렇게 늦게 발견될까
췌장암이 무서운 이유가 있어요. 췌장이 몸속 깊은 곳에 있어서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소화가 좀 안 된다, 등이 뻐근하다 싶어도 위장 문제나 근육통으로 넘기기 쉬워요. 그러다 황달이 오거나 갑자기 살이 빠지거나 배가 심하게 아파서 병원을 찾으면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도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 내외로 암 중에서도 예후가 가장 나쁜 편이라고 안내하고 있어요. 그 이유가 바로 늦은 발견입니다.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전체 췌장암 환자의 20% 이내라고 합니다.
췌장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흡연, 오래된 당뇨, 만성 췌장염, 비만, 가족력 등이 있어요. 이런 요인이 있는 분들은 정기적인 복부 CT나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질병관리청에서도 췌장암 고위험군은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평생 자식들만 위해 사신 분이었다
집사님 어머니는 아직 돌아가시지 않으셨어요. 그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집사님이 어머니한테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는 말, 막내 동생한테 검진 좀 시키라고 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말. 그 말들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렇게 애써주시는 부모님께 신경을 좀 써주시지
저도 어머니가 입원하셨을 때 어머님 친구분들 하고 통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우리는 애들 없으면 죽었어, 애덜이 데리고 와서 검진하고 수술하고 다했어" 그러시는 거예요 통화하시는 친구분도 그래 맞아 애들 없으면 시골서 벌써 죽었다고 하던 전화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부모님이 소화가 안 된다거나 배가 아프다고 하시면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특히 체중이 이유 없이 줄거나, 피부나 눈이 노랗게 변하거나, 등 쪽으로 통증이 퍼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모시고 가야 합니다. 냉장고에 가득 찼던 그 채소들이 아직도 눈에 밟혀요. 평생 자식들한테 싱싱한 걸 먹이려고 농사를 지으셨던 분이었으니까요.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느라 당신 몸 돌볼 겨를이 없으셨던 어머님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내가 건강해야 내 가족과 자식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오늘은 점심에 시간 내서 엄마랑 통화하면서 걸었습니다. 나 자신이 건강한 것만큼 자식들에게 큰 선물은 없으니, 여러분도 오늘 하루를 건강하게 마무리하시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안부를 다정하게 여쭤보시는 따뜻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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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니며,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