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내시경 한 번도 안 한 형님

모임에 큰형님 이야기예요. 올해 예순 가까이 되셨는데, 오래전에 이혼하고 혼자 사시는 분입니다. 식습관이 정말 걱정스러운 분이에요. 밥을 거의 안 드시고 저녁에 술하고 안주만 드시는 게 수십 년째 패턴이었습니다. 하루에도 블랙커피와 담배를 끊임없이 입에 달고 사세요. 몸은 홀쭉 말라깽이인데 담배와 커피는 절대 못 끊겠다고 하셨어요.
끊으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는지 모릅니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살다 죽을 거야, 괜찮아"라고 하셨어요. 병원도 웬만해서는 안 가시는 분이에요. 평생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으셨습니다. 건강검진도 빠지기 일쑤였어요. 그렇게 수십 년을 사신 거예요.
주변에서 다들 걱정을 했지만 형님은 꿈쩍도 안 하셨습니다. 혼자 사시다 보니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고, 본인도 딱히 불편한 게 없으셨으니까요. 그런데 몸은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어요.
배가 심하게 아파서 처음으로 병원을 갔다
어느 날 형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다는 겁니다. 평소에 병원을 그렇게 안 가시던 분이 먼저 병원을 찾으셨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아프셨다는 뜻이었어요. 동네 내과를 갔더니 의사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며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모두 해보자고 했다는 겁니다.
형님이 처음엔 망설이셨다고 했어요. 내시경이 무섭다고요. 평생 한 번도 안 해봤으니까요. 그런데 배 통증이 너무 심해서 어쩔 수 없이 받으셨다고 했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담당 의사가 형님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이렇게 몸 관리를 하시는 분은 처음 봤습니다. 살아계신 게 기적입니다."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에서 용종과 돌기 같은 것들이 50여 개나 발견된 겁니다.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저도 할 말이 없었어요. 50개라는 숫자가 머릿속에서 한동안 맴돌았습니다.
조직검사 결과 기다리는 며칠이 길었다
용종이 50여 개나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이 정말 길었어요. 형님도 그 며칠 동안은 많이 불안하셨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시는 분인데, 전화를 하시면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어요. 짧게 끊으시는 말투에서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조직검사 결과는 암이 아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형님이 처음으로 안도하셨다고 했어요. 전화로 결과를 전해주시는데 "다행이다"라는 말씀을 반복하셨습니다. 저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숨을 제대로 쉬었어요.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대장 용종, 특히 선종성 용종은 방치하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암 병변입니다. 용종의 크기와 개수, 조직 유형에 따라 암으로 진행될 위험도가 달라지는데, 다수의 용종이 발견된 경우 정기적인 추적 내시경이 필수라고 안내하고 있어요. 형님의 경우 50여 개가 발견됐으니 암이 아닌 게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의사가 말한 이 몸으로 살아온 게 신기하다는 말
담당 의사가 형님한테 검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추가로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위 상태도 좋지 않습니다. 헬리코박터균도 있고, 만성 위축성 위염 소견도 있어요. 담배와 술을 당장 줄이지 않으면 다음번 검사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형님이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셨다고 했어요.
혼자 사시는 분이 밥도 제대로 안 드시고 술과 안주만으로 수십 년을 버텨오셨으니 몸 안이 어떤 상태였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흡연, 과도한 음주, 불규칙한 식습관이 대장암과 위암의 주요 위험 인자라고 안내하고 있어요. 형님이 그 위험 인자를 전부 갖고 수십 년을 사신 겁니다.
검사 후 용종 제거 시술도 받으셨어요. 한 번에 다 제거할 수 없어서 여러 차례에 나눠서 받으셨다고 했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형님은 담담하게 받으셨다고 했어요.
1년이 지나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셨다
검사 결과를 받은 직후에는 형님이 달라지셨어요. 밥을 제때 드시려고 노력하시고, 술도 줄이셨다고 했습니다. 담배도 평소보다 줄이셨어요. 가끔 전화를 드리면 "오늘은 밥 먹었다, 술 안 마셨다"고 하셨어요. 그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얼마나 갈지 솔직히 걱정이 됐습니다.
1년쯤 지나니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셨어요. 저녁에 술하고 안주, 하루 종일 커피와 담배. 전화를 드리면 "나는 이렇게 사는 게 편해, 스트레스받으면서 오래 사는 것보다 편하게 사는 게 낫지"라고 하세요. 그 말을 들으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닌 것 같고요.
그래도 한 가지는 달라지셨어요. 이제는 내시경을 정기적으로 받으십니다. 6개월마다 추적 검사를 받기로 하셨거든요.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50이 넘었다면 내시경을 미루면 안 된다
형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저도 돌아봤어요. 저 역시 내시경을 미룬 적이 있었거든요. 바쁘다는 핑계로, 무섭다는 핑계로요. 그런데 형님처럼 아무 증상이 없는데도 50여 개의 용종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만 50세 이상이라면 분변잠혈검사를 매년 받고, 이상 소견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어요. 대장암은 용종 단계에서 발견하면 내시경으로 제거가 가능하지만, 암으로 진행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형님이 배가 아파서 간 그날, 내시경을 거부하지 않으신 게 정말 다행이에요.
밥 대신 술로 버티고, 담배를 하루 종일 피우면서도 살아계신 형님이 한편으론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제발 조금만 더 몸을 챙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지금도 있습니다. 내시경 한 번이 형님 목숨을 건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한 번도 대장내시경을 받아보지 않으셨다면, 형님 이야기가 병원 예약 버튼을 누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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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