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지를 안 보여 줬으면 무슨 과자인지도 몰랐을 과자 이야기입니다.
평소 아내는 누룽지를 좋아합니다. 워낙 입이 짧아서 좋아하는 것도 별로 없는 스타일인데, 시장에서 누룽지를 사는 것보다 밥솥에 남아 있는 밥이 있으면 그걸로 누룽지를 만들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제품으로 나온 누룽지는 종류별로 사다 놓고 먹기도 하지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다른 간식거리를 사 오려다가 결국에는 누룽지를 빼먹을 수 없는 듯 하나씩 들고 나옵니다. 이번에도 그러다가 눈에 띄어 집어 온 것이 바로 이 누룽지팝이었습니다.
과자 소개
- 추억의 찹쌀 누룽지팝(POP Rice)
- 찹쌀로 만든 고소하고 바삭한 누룽지팝
- 찹쌀 75.9% 함유
- 가격 1봉 4천원대
누룽지 과자인데 누룽지 맛 아님


이 과자는 좀 특이한 맛입니다. 분명 누룽지 과자인데 이름에 '팝'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고, 찹쌀로 만들었다고 해서 "이건 뭐지" 했는데, 딱 먹어 보니까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약간은 톡톡 터지는 식감도 있고, 모양은 구슬아이스크림 알갱이들이 뭉쳐서 작은 사각 팬케이크 모양으로 생겼는데, 작은 한 봉지에 딱 2조각이 들어 있습니다. 한입으로 먹기는 좀 큰 사이즈고 한 번은 잘라서 먹어야 하는 사이즈인데, 젊은 사람들은 누룽지를 좋아하지도 않겠지만 취향까지 고려해서 젊은층 공략을 위해 만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많이 아는 맛의 누룽지 느낌도 아니고, 뭔가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한 맛이었습니다.
느끼와 담백의 중간, 버터 고소함
이 과자의 맛은 느끼함과 담백함의 중간쯤이라고 하고 싶네요. 보통 누룽지가 먹기 좋게 딱딱하고 고소한 식감이라고 한다면, 이 과자는 거기에 버터 향 같은 고소함이 더해져 있고 느끼함은 살짝 빼고 담백함이 더해진 맛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 조미김처럼요. 마른김에 조미료 약간 들어간 느낌입니다. 그래서 식감도 특이하고, 생긴 것도 유별나서 관심을 끌 만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반응
아내는 누룽지 과자들 중에서는 이 과자가 최고라고 합니다. 예전에 먹었던 과자들보다 좀 특이한 면이 있어서 최고점을 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내도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게 있는데, 평소 저녁 대신 과자만 먹고 넘어갈 때도 있지만 이 과자로는 그렇게까지는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담백한 맛을 굉장히 선호하는 어른 입맛이라 그런지, 저와 똑같이 조미김 맛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포장이 콤팩트해서 간편하다 보니, 차 타고 드라이브 갈 때는 하나씩 들고 나가곤 합니다. 참 쓸모 있는 간식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그것도 작은 알갱이들이 잘 굴러다닙니다.
그리고 아이들 반응은 당연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차 뒷자리에서 던져주고 억지로 하나 먹어 보라고 해도 다른 편의점 과자들만 사다 먹지, 어른들 입맛이라며 핸드폰만 쳐다보며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치명적 단점 1, 치즈처럼 이빨에 낌
그런데 이 과자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아는 맛있는 누룽지는 살살 씹어도 잘게 잘 부서지고 고소한 맛이 나는데, 이건 부서진다는 느낌보다는 알갱이가 부서지지 않고 눌리는 느낌입니다.
물론 사각 모양 과자를 한입 물면 처음에는 잘 부서지는 느낌인데, 마지막에 부서지지 않은 알갱이들이 이빨 사이에 껴서 좀 불편하더라고요. 마치 치즈가 이빨에 껴서 불편하듯이요. 참고로 저는 50대입니다. 이빨 사이가 많이 벌어진 편도 아닌데 약간 불편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빨이 튼튼하지 못하신 분들은 원래도 누룽지 드시기가 좀 어려운데, 이 과자 역시 먹기가 수월한 편은 아닌 듯합니다.
치명적 단점 2, 끓여 먹을 수가 없음
나이가 들어서인지 누룽지 국물이 생각나서 가끔 끓여 먹을 때가 있습니다. 아내가 집에서 만들어 놓은 진짜배기 누룽지는 오래돼도 끓이면 정말 시원한 국물 맛을 낼 수 있어 좋아서, 가까운 농협에서 장을 볼때면 끓여 먹기 좋은 누룽지를 사다 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누룽지가 떨어 졌을때 대용으로 가끔 누룽지 과자가 있으면 그걸 끓여 먹기도 했는데, 그러면 대략 제가 원하는 진정한 누룽지 맛은 아닐지라도 그 정도의 맛은 나거든요. 그런데 이 과자는 전혀 끓일 수가 없습니다. 약간 튀긴 느낌이 있어서 끓이는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가 않더라고요. 이것이 저희 집에서의 저만의 두 번째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총평
솔직히 아내가 오랜만에 한 봉지 사 오면 "그런가 보다" 하고 관심이 없다가, 먹을 게 없으면 손이 가는 정도의 맛입니다. 적당히 맛있어서 일부러 생각날 정도의 맛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배고플 때 밥 대용으로 먹기 좋고, 상당히 포만감을 줍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것은 등산할때 입니다. 저는 걷는걸 좋아해서 트래킹 삼아 가까운 코스로 나갈때 작은 가방에 오백미리 생수하나하고 이 과자 한봉지 챙기면 딱 두조각이면 정말 충분할 정도로 간식이 됩니다.
이빨에 끼는 건 분명 단점이지만, 특이한 식감 덕분에 오후에 심심할 때 하나씩 먹으면 저녁을 많이 안 먹게 되는 장점도 있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물리지 않도록 하나씩 아껴 먹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앞서 말한 단점들 때문에 누구에게나 선뜻 추천하기는 조금 어려운 면도 있다는 점, 미리 알려 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전통을 살린 과자가 오히려 외국인들에게는 정말 좋은 반응을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룽지라는 단어자체가 한국적이 요소를 많이 담고 있고 이 과자의 봉지에 그림도 살짝 있는 것처럼 가마솥에서 주걱으로 누룽지를 박박 긁어대는 이런 이미지는 가장 한국적 이다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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