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출퇴근과 원룸 생활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으로 야구선수를 꿈꾸는 아들 덕분에 청주에서 출퇴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야구를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초등학교 야구부에 입학하지 못하고 유소년 야구로 5학년 때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대전에서는 워낙 늦게 시작하여 우리 아이를 받아주는 중학교가 없어 부득이 청주 중학교 야구부에 진학하여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같이 진학한 아이들과 함께 단체 숙소에서 생활을 했는데, 개인마다 각각 케어가 힘들어서 따로 원룸을 잡아 아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해주고 저는 청주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벽마다 차려두고 나오던 밥상
1시간씩 걸리는 출퇴근길이 쉬운 건 아니었지만, 운동하는 아이라 아침부터 잘 먹여야 하는데 출근은 새벽에 나와야 하고 아이는 혼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등교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매일매일 반찬거리도 만만치 않았는데, 그때마다 아침거리는 오뚜기 누룽지를 자주 끓여주게 되었습니다. 낭비하지 않도록 한 봉지씩 뜯어서 바로 끓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편리하고, 거의 누룽지 가루 형태로 되어 있어 금방 조리가 되니 아이도 쉽게 먹을 수 있어 자주 먹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신경 쓰이던 마음, 그대로인 밥상
새벽같이 일어나서 아이 잠이 깨지 않도록 최대한 소리 안 나도록 누룽지를 끓이고, 좋아하는 반찬 한두 가지 해놓고 가는 날이 많았는데, 근무하면서 잘 일어났는지 밥은 잘 먹고 갔는지 항상 신경이 쓰였습니다.
혼자 스스로 잘 먹었겠지, 따로 연락이 안 오면 학교는 제대로 간 거니까 이상 없겠지 혼자 생각하고 퇴근해서 집에 가보면, 그 누룽지하고 반찬들이 그대로 있고 방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허겁지겁 일어나서 늦지 않으려고 뛰어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누룽지는 탱탱 불어서 그릇에 붙어 먹지도 못하게 되어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조금만 늦게 출근하면 아침 먹여놓고 나올 수 있는데 저도 출근을 일찍 하는 직장이라, 이런 일이 있을 때면 꼭 일어나서 밥 먹고 가라고 타이르곤 했던 것 같습니다.
버리기 아까워 내가 먹던 누룽지, 그 맛
그 누룽지가 아까워 내가 먹어 보겠다고 했다가, 불어터진 누룽지를 먹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퇴근하고 오면 배가 고픈지라 아깝기도 하고 해서 한두 번은 김치하고 먹었던 것 같습니다. 오뚜기 누룽지의 좋은 점이 적당량이 하나씩 포장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조그만 포장 하나만 보았을 때는 양이 얼마 되지 않거든요. 근데 막상 먹어보면 약간의 포만감이 생기면서 딱 적당한 양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식단 관리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어 좋더라고요. 이게 조금만 더 많았으면 버리거나 할 때 더 아까울 것 같더라고요. 참 좋은 제품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가 이제 군대로
그렇게 3년 동안 타지에서 고생하면서 운동을 이어가다, 고등학교는 대전으로 다시 오고 싶다고 해서 옮겼는데, 너무 힘들다고 이제 그만하고 공부하고 싶다고 하는 겁니다. 저도 여태까지 운동한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워낙 미래가 불투명하고 부상 우려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던 차에 아들이 야구를 스스로 하고 싶지 않다고 하니, 저도 아내도 내심 잘됐다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고생하는 아들을 보면서 야구를 그만두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공부를 한다고 하니 대학을 제대로 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때 친절하신 담임선생님을 잘 만난 것 같고, 무엇보다 3년 동안 운동을 괜히 시켰나 할 정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운동을 그만두고 공부해서 대학교 간호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공부를 안 해서 힘들긴 했지만, 스스로 선택한 만큼 결과를 만들려고 열심히 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운동이 그렇게 힘들었나 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호과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해서 이번 달에 외박을 나오게 되어 저희도 휴가차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만나면 옛날이야기 하면서 아침에 구수한 오뚜기 누룽지 끓여주려 합니다. 운동할 때도 잘했으니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군대에서 잘 이겨내리라 믿고 휴가 날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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