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에 무너진 식사 리듬
올여름은 정말 극한의 폭염인 것 같습니다. 식욕은 말할 것도 없이 떨어지고, 퇴근하면 녹초가 되는 상황인데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해지려면 한참 걸리네요. 아침을 안 먹고 거른 세월이 오래돼서 점심 한 끼로 하루를 버티는 요즘, 집에 오면 허기가 지는데 몸이 완전 다운돼서 대강 샤워하고 누웠더니 시원해지면서 그냥 잠들어 버린 것 같습니다.
요즘 폭염에 입에 당기는 게 없어서 냉면 아니면 냉국수, 차가운 것들만 먹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조리할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라 오늘 저녁은 시원하게 냉면이나 먹으러 가자 하다가도, 줄 서서 기다릴 생각에 그냥 집에서 먹자 하는데, 뭐 딱히 먹을 것도 없고 만들기도 귀찮고 해서 시원한 것만 찾게 되었습니다.
엊그제가 모임 날이었는데, 고깃집은 더우니까 시원한 거 먹자고 해서 갈비에 냉면으로 하자 했더니 그것도 덥다고 족발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거기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좀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홀은 꽉 차 있고, 손님들 줄이 아니라 배달기사님들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더라고요. 저희처럼 다들 더우니까 집에서 배달 주문만 눌러 대는 것 같았습니다.
새벽 5시, 양반죽과의 조우


새벽 5시, 배가 고팠는지 추웠는지 눈이 떠져서 일어나 보니 전자레인지 위에 빨간 것이 보입니다. 언제부턴가 거기 어느 제품인지 죽 한 개가 놓여 있었는데, 딸이 사다 놓은 건지 분명 우리가 마트에 가서는 저런 걸 살 일이 없는 제품이라 평소에 신경을 안 썼습니다. 아침에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마침 저녁도 안 먹었으니 공복에 먹기도 좋을 것 같아서 냉큼 집어 들고 시식에 들어갔습니다.
조리와 첫 입의 반전
뚜껑을 까보니 와, 깨가루와 참기름까지 들어 있고 플라스틱 스푼까지 들어 있습니다. 전자레인지 2분으로 되어 있는데 아침에도 더우니깐 1분만 데워서 참기름 토핑에 깨가루까지 뿌려서 한 입 떴는데, "이게 웬걸"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첫 입에 바로 반전이었는데, 밥알이 적당히 부서져 녹진한 부드러움이 좋았고, 전자레인지에 딱 1분 돌린 뜨겁지도 너무 차지도 않은 온도에, 참치 향이 아주 살짝 올라올 정도의 향긋함이 좋았습니다. 전혀 기대 안 했는데 와, 일반 판매 제품에서 이런 담백한 맛이 나나 하면서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는 맛이었습니다.
새삼 놀란 퀄리티
생각에 그 자리에 오래 있었는데 요즘 날씨가 더워서 상했겠다 싶기도 했는데, 유통기한이 내년까지라 그래도 다행이다, 별맛 있겠어 했더니만 상상을 넘는 맛이었네요. 배달로 시켜 먹는 죽하고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식품회사의 기술이 좋은지 상온에서 오래 있었는데 이만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나 싶었고, 담백하고 깔끔한 맛에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기분 좋게 남김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가끔 집에서 저도 흰죽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손수 만들어 먹은 죽도 맛있지만 이건 화학적인 조미료 맛이 강하지 않고 소금으로만 간을 한 것처럼 담백하고 야채도 많이 들어간 느낌입니다. 김가루, 깨가루 스프도 맛이 있으니까 함께 들어 있는 것이 성의 있어 보입니다.
제가 먹은 건 참치죽이었는데, 아쉽게도 기대했던 것처럼 뚜껑 사진에 있는 커다란 참치 덩어리가 있지는 않았으나 맛에서는 참치 맛이 살짝 올라올 정도이고, 건더기로 조그맣게 참치 고기가 씹히는 느낌이네요.
여행 중에 아침으로, 또는 병원에서 환자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어른들이 먹기에 소화도 잘되고 이만한 게 있겠나 싶을 정도로 죽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순간이네요. 딱 한 숟갈 먹어보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는데, 다음에 와이프하고 마트에 가면 손이 갈 것 같고, 분명 전복이나 소고기 등 다른 맛도 있을 건데 골고루 먹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마트에서 보시거든 하나 집어 들어도 절대 후회 없는 맛입니다. 일반 그릇에 담아 내놔도 사서 만든 게 아니라 직접 끓인 죽이라고 할 만큼 잘 만들었다 싶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굳이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않고 상온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아요.
용기 안에서 죽이 조리가 다 되어 있는 상태라 큰 무리 없을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폭염에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간식으로 드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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