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만 보 넘게 걷는데 뱃살이 안 빠졌다
거래처 팀장 J 이야기예요. 올해 쉰둘로, 식품 유통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을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이에요. 거래처 미팅을 직접 발로 뛰시고, 차도 없이 버스와 도보로 하루를 보내십니다. 걸음 수를 보면 하루 12000보 이상은 기본이에요. 운동도 따로 하시고 외부 활동이 많아서 주변에서 다들 건강 관리 잘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신경 쓰이는 게 있었어요. 배가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걷고 움직이는 분이 왜 뱃살은 안 빠지나 싶었어요. 어느 날 식사를 같이 하면서 솔직하게 여쭤봤습니다. "팀장님, 이렇게 많이 움직이시는데 왜 배가 안 빠지세요?" J 팀장님이 멋쩍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사실 밤에 아이스크림이랑 빵을 못 끊어요. 참을 수가 없어요."
먹는 거 까지가 운동이라고 하는데 낮에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밤마다 아이스크림과 빵이 들어가면 혈당이 오르내리는 게 반복되는 거예요. 뱃살이 안 빠지는 게 아니라 밤마다 쌓이고 있었던 겁니다.
밤에 단 것을 먹으면 눈도 망가진다
J 팀장님한테 혈당 얘기를 꺼냈더니 처음엔 가볍게 받아들이셨어요. "뭐 살찌는 거 말고 또 문제가 있나요?" 안과 전문의들의 설명에 따르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눈 안의 수정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과도한 당분이 수정체 내부에서 솔비톨(Sorbitol)이라는 물질로 전환되면서, 주변의 수분을 과도하게 흡수해 수정체를 부풀어 오르게 만드는 것이죠. 라면을 먹고 자면 다음 날 얼굴이 붓는 것처럼, 수정체 안에서도 유사한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는 셈입니다.
이게 한 번이면 괜찮은데 밤마다 반복되면 수정체를 이루는 단백질이 변화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달걀 흰자가 투명하다가 삶으면 하얗게 굳어지는 것처럼, 수정체가 뿌옇게 변해가는 거예요. 이게 바로 백내장 이랍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당뇨 환자는 일반인보다 백내장이 훨씬 이른 나이에 올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혈당 관리가 안 되면 40대에도, 심하면 30대에도 올 수 있다고 합니다.
J 팀장님 표정이 살짝 나빠지면서, "백내장이요? 그게 어르신들 눈 수술요?" 맞아요. 그게 혈당 때문에 훨씬 일찍 올 수 있다는 겁니다.
더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J 팀장님한테 더 심각한 이야기를 해드렸어요. 당뇨 망막병증이에요. 망막이란 눈 안쪽 제일 깊은 곳에 붙어있는 얇은 막인데, 여기에 아주 작은 혈관들이 가득 모여 있습니다. 혈당이 높아지면 피가 끈적끈적해지면서 이 작은 혈관들이 막히고 터지기 시작해요. 몇 해 전에 저희 어머니도 충남대병원에서 망막병증 때문에 계속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혈관이 터지면 눈 안에 피가 차오릅니다. 그러면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뭔가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안 보이는 증상이 생겨요. 그게 당뇨 망막병증이 진행된 신호예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당뇨 망막병증은 전 세계 성인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안내하고 있어요. 눈 안쪽 망막은 뇌세포처럼 한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J 팀장님이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닌듯 "알아요 아직 잘 보이는데 내 눈은 괜찮아요?"라고 하셨어요. 그게 제일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시력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어요. 침침하다 싶어도 핸드폰을 많이 봐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 쉽거든요. 이미 망막이 망가지고 있는데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당뇨 망막병증의 가장 무서운 점입니다.
간단한 자가 테스트 해봤더니

그날 J 팀장님한테 암슬러 격자(Amsler Grid) 테스트를 알려드렸어요. 위 이미지를 a4용지에 컴퓨터로 인쇄해서 환한 곳에 붙여 두고 한쪽 눈을 가리고 격자무늬 중앙의 점을 바라봤을 때 주변 선이 구불거리거나 빠진 부분이 있으면 이상 신호예요. 양쪽을 번갈아 가며 해봐야 합니다. 한쪽 눈이 이상해도 다른 쪽 눈이 보완해 줘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J 팀장님이 직접 해보셨는데 양쪽이 좀 다르게 느껴진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안과를 가보시라고 했습니다. 며칠 뒤 연락이 왔어요. 안과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더니 망막 혈관에 초기 변화 소견이 나왔다고 했어요. 의사가 당뇨 검사도 받아보라고 했고, 결과는 당뇨 전단계였습니다.
J 팀장님이 전화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하루 만 보 넘게 걷고 운동도 하는데 눈이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니. 밤에 아이스크림 먹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거였는지 몰랐어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당뇨 전단계에서 생활습관을 바꾸면 당뇨로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J 팀장님은 지금 밤 간식을 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잘 보인다고 눈이 괜찮은 게 아니다
J 팀장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저도 돌아봤어요. 저도 어젯밤에도 치맥을 아내와 함께 먹고 따로 운동도 안 하고 그냥 잠드는 날이 많아요. 그게 당장 뱃살로만 가는 게 아니라 눈 안쪽까지 영향을 준다는 걸 J 팀장님 덕분에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운동도 힘들지만 식욕을 참는 게 더 어려운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빨리 잠을 청해야 하나 봅니다.
운동을 열심히 해도, 하루 만 보 이상 걸어도 밤마다 혈당을 올리는 음식을 먹으면 뱃살은 물론 눈 건강까지 흔들릴 수 있어요. 눈이 침침하다 싶으면 핸드폰 탓만 하지 말고, 한 번쯤 혈당 검사와 안과 검진을 같이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잘 보인다는 게 눈이 괜찮다는 뜻이 아닐 수 있어요. J 팀장님처럼 당뇨 전단계에서는 더욱더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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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