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탓이라고 10년을 파스로 버텼다
어머니 친구분 이야기예요. 전북 전주에 사시는 올해 예순일곱의 L씨입니다. 50대 초반부터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렸는데 그냥 넘겼다고 했어요. 나이 들면 다 그런 거라고, 파스 붙이고 약국 진통제 먹으면 됐으니까요. 어머니도 처음엔 그러려니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60대가 넘어가면서 달라졌어요. 아침마다 무릎이 뻣뻣하게 굳어 있고, 계단을 내려갈 때는 무릎을 구부리는 게 무서울 만큼 아팠습니다. 시장 보러 나가는 것도 점점 줄었어요. 장을 봐도 무거운 건 못 들고, 오래 걸으면 무릎이 퉁퉁 붓는 게 반복됐습니다. 그러다 2022년 겨울, 집 앞 계단을 내려오다가 무릎이 꺾이면서 그대로 주저앉았어요. 크게 다치진 않았는데, 그 순간 스스로도 이건 그냥 못 넘기겠다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게 병원 문을 두드리게 된 계기였어요.
어머니한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 마음이 좀 무거웠습니다. 10년 넘게 참으셨다는 게요.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나이 탓으로 돌리며 버티신 거잖아요.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맞닿고 있었다
전주 예수병원 정형외과를 찾아 X선을 찍었습니다. 결과는 퇴행성관절염 4기였어요. 무릎 연골이 거의 다 닳아서 뼈와 뼈가 맞닿고 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쿠션이 완전히 사라진 거예요. 주사 맞고 물리치료를 6개월 받았는데 나아지는 게 없었습니다. 담당 교수가 인공관절 수술 얘기를 꺼냈어요.
L씨는 처음에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67세에 전신마취라는 게 무서웠고, 고혈압약도 먹고 있었어요. 주변에서도 말이 많았습니다. 수술하자는 아들, 그냥 버티자는 딸. 두 달을 더 고민하다가 결국 결정했어요. 더 이상 버티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신 거겠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60%가 무릎 연골 노화로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으며, 연골은 한번 닳으면 재생이 안 된다고 합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주사와 약물 치료만으로 통증 조절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L씨가 딱 그 경우였습니다.
수술보다 재활이 더 힘들었다는 말
2023년 3월, 전주 예수병원에서 오른쪽 무릎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시간은 약 2시간이었고, 회복실에서 사흘을 지내고 일반 병실로 옮겼어요. 입원은 2주였습니다.
수술 다음 날부터 물리치료사가 와서 무릎을 구부리는 재활 운동을 시작시켰다고 해요. 수술 부위가 아직 아픈데 무릎을 억지로 구부려야 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L씨가 어머니한테 직접 한 말이 있어요. "수술이 무서운 게 아니었어. 재활이 진짜 고통이더라고." 그 말을 어머니한테 전해 들었을 때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 갔습니다.
퇴원 후에도 외래 물리치료를 한 달간 주 3회 다녔어요.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도 인공관절 수술 후 재활치료가 수술 결과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릎 가동 범위를 회복하는 재활 과정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느냐가 수술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고 해요.
6개월 후 혼자 시장을 가기 시작했다
수술 후 3개월쯤 됐을 때 L씨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했어요. 계단을 내려가는데 더 이상 무섭지 않다고요. 어머니가 그 말을 전해주실 때 목소리가 밝으셨습니다. 6개월이 지나자 시장에 혼자 나갈 수 있게 됐고, 지금은 동네 산책을 30분씩 한다고 해요. 수술 전에는 30m도 걷기 어려웠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인공관절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술 후 약 14개월 시점의 만족도가 90%에 달했고, 통증은 수술 전보다 약 6배 감소했다는 결과가 있어요. L씨도 그 90%에 해당하는 분이셨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퇴행성관절염 4기처럼 연골이 거의 없는 경우 인공관절 수술이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수술 결정을 두 달이나 미루셨던 L씨가 지금은 이런 말씀을 하신다고 해요. "참으면서 버티는 동안 반대쪽 무릎까지 나빠졌어. 더 일찍 할걸." 그 말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너무 오래 버티지 마세요
L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돌아봤어요. 부모님 세대는 아프다고 말하는 것 자체를 참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이 들면 다 그렇다고, 수술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그런데 연골은 기다린다고 돌아오지 않아요. 버티는 시간이 길수록 반대쪽 관절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걸 L씨가 직접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전신마취가 걱정된다면 그 걱정을 의사한테 있는 그대로 털어놓으면 됩니다. 고혈압약을 먹고 있어도 수술 전 내과 협진을 통해 안전하게 진행하는 방법이 있어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일상이 무너지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변에 무릎 때문에 시장도 못 나가시는 어르신이 계신다면, 이 이야기를 전해드려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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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