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자리에서 매형이 손을 계속 털고 계셨다
매형 이야기예요. 올해 예순여섯으로, 3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하다 부이사관으로 퇴직하신 분입니다. 퇴직 후에는 농협 이사장 출마를 준비하고 계셔서 요즘도 하루 종일 서류 검토에 보고서 작성, 이메일 답변까지 키보드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공직 때보다 오히려 더 많다고 하세요.
2024년 설 때 매형을 뵀는데 오른손을 자꾸 털고 계셨어요. 밥상 앞에서도, 차 한 잔 하면서도 손을 툭툭 터는 게 반복됐습니다. 뭐가 불편하시냐고 여쭤봤더니 "아, 이거 몇 달 됐어. 밤에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깨는데 자세 바꿔도 마찬가지야"라고 하셨어요. 엄지와 검지, 중지 쪽이 저리고 감각이 무뎌지는 게 반복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공직 30년 동안 아파도 티 안 내고 살았는데, 이건 좀 이상한 것 같긴 해." 공직 시절부터 몸이 불편해도 그냥 버티는 게 습관이 되신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오히려 더 걱정됐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의심됐어요. 손목 안쪽 수근관을 지나는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엄지, 검지, 중지 쪽이 저리고 감각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반복적인 손목 사용이 많은 직종에서 발생률이 높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공직 30년이 손목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매형이 증상을 언제부터 느끼셨냐고 여쭤봤더니 반년이 넘었다고 하셨어요. 그 사이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고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이 굳어있는 느낌이 들고, 물컵을 잡다가 떨어뜨린 적도 있었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병원을 빨리 가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바빠서 병원 갈 시간이 없어. 이사장 출마 준비하면서 언제 가." 매형 특유의 말투였어요. 공무원 30년, 웬만한 건 스스로 해결하고 버텨온 분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손목터널증후군을 방치하면 신경 손상이 심해져 손 근육이 위축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표정이 좀 바뀌셨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손목터널증후군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비수술적 치료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매형이 반년을 버티신 게 걱정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매형이 키보드를 손목을 꺾어서 치는 습관이 오래됐다고 하셨어요. 공직 시절부터 그렇게 해왔다는 겁니다. 그 자세가 수근관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거였어요. 30년이 쌓인 결과였습니다.
신경전도 검사, 수술 대신 주사를 선택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매형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정형외과를 다녀오셨다고 했습니다. 신경전도 검사를 받으셨는데 오른손 정중신경 압박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소견이 나왔다고 하셨어요. 신경전도 검사란 신경이 전기 신호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 측정하는 검사로, 손목터널증후군 확진에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의사가 수술을 권유했는데, 매형은 지금 이사장 출마 준비 중이라 수술은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선택하셨다고 했어요. "수술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이거 맞고 버텨보겠다"고 하셨답니다. 주사를 맞고 며칠 지나니 밤에 손 저려서 깨는 증상이 확실히 줄었다고 하셨어요. 전화 목소리가 한결 편안해 보였습니다.
동시에 손목 보호대도 착용하기 시작하셨어요. 특히 취침 시에도 착용하라는 권고를 받으셨는데, 자는 동안 손목이 구부러지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불편하셨는데 2주쯤 지나니 오히려 없으면 잠이 안 온다고 하셨어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60대 이상 고령층과 사무직에서 발생률이 높다고 합니다.
버티컬 마우스에 손목 스트레칭까지 추가했다
매형이 치료와 함께 작업 환경도 바꾸셨어요. 손목 받침대를 구매해서 키보드 앞에 놓고, 마우스도 손목에 부담이 적은 버티컬 마우스로 바꾸셨다고 했습니다. "이런 마우스가 있는지 몰랐어. 처음엔 어색한데 쓰다 보니 괜찮더라"고 하셨어요.
1시간마다 손목 스트레칭도 하신다고 했습니다. 손가락을 뒤로 젖혀 10초 유지하는 동작, 주먹을 쥐었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거예요. 처음엔 스트레칭할 시간에 서류 하나 더 보는 게 낫다고 하셨는데, 손 저림이 줄어드는 걸 직접 느끼고 나서는 꼬박꼬박 하신다고 했어요. 공직 30년 동안 몸 챙기는 걸 뒤로 미뤄온 분이 스트레칭을 챙기신다는 게 그 증상이 얼마나 불편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매형이 얼마 전 전화하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야, 손목 이거 괜찮겠지 하고 버티지 마라. 나처럼 반년 넘기면 치료가 길어진다." 부이사관 출신답게 딱 한 마디로 정리하셨어요.
손 저림을 나이 탓으로만 넘기면 안 된다
매형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저도 돌아봤어요. 저 역시 손이 저리다 싶으면 혈액순환이 안 되는 거겠거니 하고 넘겼던 적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엄지와 검지, 중지 쪽이 저리고 밤에 반복적으로 저려서 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걸 매형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하루 6시간 이상 사용하는 분들, 손목을 꺾어서 타이핑하는 습관이 있는 분들은 한 번쯤 점검해보시길 권해요. 매형처럼 반년을 버티다 신경 압박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치료 기간이 길어집니다. 손 저림이 2주 이상 반복된다면 정형외과나 신경과를 먼저 찾아보세요. 매형이 그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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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