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 검사 갔다가 전혀 다른 말을 들었다
2025년 봄 이야기예요. 시골집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가 갑자기 허리가 아프다고 하셔서 동네 병원에 가셨습니다. 그런데 허리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겁니다. 대신 뜻밖의 말씀을 들으셨어요. 신장 옆에 붙어 있는 부신이라는 기관에 혹이 크게 자리 잡고 있으니, 큰 병원에서 빨리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요.
부신이라는 기관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따르면, 부신은 신장 위쪽에 위치한 작은 기관으로 혈압, 혈당, 스트레스 반응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이 부신에 종양이 생기면 고혈압, 발한, 심계항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어머니처럼 허리 통증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허리가 아파서 갔다가 전혀 다른 곳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으셨으니, 어머니가 얼마나 황당하셨을지 짐작이 갔어요.
문제는 어머니가 수술을 안 받으시려 한다는 거였습니다. 연세도 있으시고, 허리가 아픈데 왜 허리는 안 보고 딴 데를 수술하냐고 하셨어요. 그렇게 2~3개월을 버텨 보셨는데 도저히 안 되시겠다며 결국 종합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어머니, 원인이 부신일 확률이 제일 크니까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먼저 합시다." 그 말씀을 드리기까지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몰라요.
수술 전에 조직검사를 왜 안 하냐고 물었다
수술 날짜를 잡기 전에 궁금한 게 있었어요. 암인지 아닌지 조직을 먼저 떼서 검사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의료진에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설명이 이랬어요.
부신 종양의 경우 주사로 조직을 채취하면, 바늘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암세포가 전이될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의심스러우면 제거 수술을 먼저 하고, 꺼낸 다음에 암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겁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도 부신암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거나 크기나 모양이 변했다면 수술적 제거를 통해 조직 소견을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어머니의 혹은 직경이 약 5cm였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부신 종양이 5cm 이상이 되거나 암이 의심되는 경우엔 수술적 제거를 권고한다고 해요. 어머니는 딱 그 기준에 해당하는 크기였습니다. 더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2025년 3월, 수술 날짜가 잡혔습니다.
80대 전신마취, 수술 동의서가 무거웠다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부신 주변에는 간, 비장, 신장, 큰 혈관들이 몰려 있어서 수술 중 혹은 수술 후에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사인을 하면서 손이 떨렸어요.
수술 자체는 잘 끝났습니다. 다행히 제거한 혹은 악성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어요. 입원은 약 일주일, 이후 요양병원에서 다시 일주일을 더 보내셨습니다. 수술 직후 3일은 "잘 된 것 같다"고 하셨고 얼굴도 편안해 보이셨어요. 그런데 그 이후부터 기력이 뚝 떨어지셨습니다. 혼자 일어나시지도 못하고, 밥도 겨우겨우 드시는 상태가 됐어요.
하기 싫다는 수술을 괜히 시킨 건 아닌가 싶어서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고령 환자의 경우 부신 절제 이후 전신마취 회복 과정에서 호르몬 불균형과 전신 기력 저하가 젊은 환자보다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해요. 어머니가 80대이시니 그게 딱 맞아떨어진 거였습니다.
시골집에 두고 돌아서던 발길
요양병원 퇴원 후에도 상태가 걱정스러워서 병원에 좀 더 계시라고 했더니, 어머니는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당뇨약도 집에 있고, 집이 편하다고요. 그 힘드신 몸을 이끌고 결국 시골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혼자 일어나시지도 못하는 분을 두고 와야 하나 싶었습니다. 근처에 형과 누나들이 있다는 것만 믿고 돌아왔어요. 차 안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이후 6개월은 정말 힘드셨던 것 같아요. 수술을 잘못한 것 같다고도 하시고, 누가 수술하라고 했냐고도 하셨습니다. 그 시간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몸이 회복되기 시작하셨고, 지금은 "수술하길 잘했다"고 하십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은 꼭 하세요. "다시는 수술 안 할 거니까 수술하라고 하지 마라."
노년의 수술, 가족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현재 어머니 상태는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래도 수술 전보다 기력이 많이 떨어지셔서, 혼자 지내시는 게 본인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자식들은 여전히 걱정이 됩니다.
이 일을 겪으면서 느낀 게 있어요. 전신마취는 젊은 사람에게 별거 아닌 과정일 수 있어도, 연로하신 부모님께는 정말 무거운 일입니다. 어르신들이 "전신마취하면 못 깨어난다"고 두려워하시는데, 그 두려움이 과하지 않다는 걸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고령 환자에게 어떤 회복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지 가족이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병관리청에서도 고령 환자의 수술 전 충분한 가족 상담과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안내하고 있어요.
그리고 어머니처럼 전혀 다른 증상으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갔다가 부신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처럼요. 몸이 보내는 신호가 항상 원인과 일치하지는 않아요.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는 게 첫걸음입니다.
관련 출처
※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