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여름, 올해는 유난히 폭염이 심하게 느껴지는 여름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한테서 가끔 전화가 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작년에는 부신 혹 수술까지 하셔서 요즘 기력이 온전치 않으신데, 항상 신경이 쓰일 정도예요. 그날도 어머니 전화였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부터 심상치 않았어요. 친구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것도 밭일을 하다가, 비닐하우스 안에서요.
어머니와 오래 알고 지낸 친구분이었습니다. 시골에서 작은 하우스 농사를 지으며 고추를 키우던 분이었어요. 어머니 말로는, 다른 친구들은 몸이 불편해 일도 못 하는데 이분만큼은 아직 정정하셨다고 합니다. 농한기가 되면 동네 회관에서 매일 윷놀이도 하고, 밥도 같이 해 먹고 하던, 그런 분이셨대요. 그래서 더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그 소식을 전하시면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는데 너무 원통하더라고 하셨습니다. 자식들이 너무 슬퍼하더라고, 그 말을 몇 번이나 되뇌셨어요. 평생 자식들 키워 내보내고 이제 좀 편히 지내셔도 될 나이에, 그렇게 갑자기 가셨으니까요. 저는 수화기 너머 어머니의 먹먹한 목소리에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온열질환 왜 위험할까
나중에 알아보니, 온열질환은 제가 막연히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상황이 심각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 감시가 시작된 첫날인 5월 15일에 벌써 사망자가 나왔다고 해요. 감시 체계를 운영한 이래 가장 이른 첫 사망 기록이라고 합니다.

더 마음에 걸린 건 통계였습니다. 온열질환자의 열에 일곱은 남성이라고 하고, 전체 환자의 팔십오 퍼센트가 칠팔월에 몰린다고 하더군요. 지금이 바로 그 시기입니다. 밭일하는 어르신들, 야외에서 일하는 중장년들이 특히 위험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비닐하우스가 특히 위험한 이유도 알게 됐습니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밀폐 공간이라 안쪽 온도가 바깥보다 훨씬 높이 오르고, 습도까지 높아 땀이 잘 마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를 보면 몸이 열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할 때 체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요. 어머니 친구분도 아마 그렇게, 일에 집중하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셨을 겁니다.
폭염 열사병 남의 일 아니다
이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건,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였습니다. 아버지는 젊었을 때부터 자전거를 워낙 좋아하셨어요. 한창때는 대전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건 기본이고, 주말에 남의 집 일 도우러 가실 때도 늘 자전거였습니다. 친구분들은 시내 나가신다고 하면 다들 버스를 타시는데, 아버지는 한 시간이 넘도록 페달을 밟아 다니셨어요. 그런 분이셨습니다.
아버지껜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기저질환이 있으셨습니다. 무리한 운동은 삼가시는 게 좋았을 텐데도, 한번 마음먹으면 말리기가 어려웠어요. 여름이라고 자전거를 손에서 놓으시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날은 장에 가서 물건을 사가지고 돌아오시는 길이었습니다. 오는 길에 그만 탈이 났어요. 버스를 탔으면 십 분이면 올 거리를, 그날도 비포장도로를 자전거로 달리시다 길가 노상에 쓰러지고 마셨습니다. 나중에야 그게 열사병 비슷한 증상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한여름 땡볕에 물도 제대로 안 챙기고 무리하신 게 화근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어머니 친구분 일을 겪고 나니, 그날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겹쳐 떠올랐습니다.
여름 온열질환 예방법
돌이켜보면, 더위는 늘 곁에 있어서 오히려 만만하게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매년 겪는 여름이니까요. 하지만 어머니 친구분도, 제 아버지도, 결국 그 익숙함이 위험을 키운 셈이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자료에 따르면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물을 규칙적으로 마시고, 한낮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야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폭염특보가 없는 날에도 조심해야 한다고 해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밭일이든 자전거든, 몸이 열을 식힐 틈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안내한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홀로 계신 어머니께 더 자주 전화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무더위에 행여 무리하지는 않으실까 걱정이 앞섭니다. 친구분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원통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그저 더운 여름이지만, 누군가에겐 목숨이 오가는 계절이기도 하다는 걸, 올여름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만큼은 부디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도 그냥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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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니며,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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