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장 대기실에서 시작된 이야기
아들이 리틀야구를 하던 2023년 봄의 일입니다. 경기가 있는 주말이면 아빠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리곤 했는데, 그중에 B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두 살 위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연락이 닿아 사정을 들어보니, 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걷지도 못한 채 며칠째 집에 누워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접질린 것이려니 했는데, 진단명은 통풍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맥주 많이 마시면 온다는 바로 그 병이구나" 싶었는데, 막상 당사자 입으로 직접 들으니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B는 소주를 잘 받지 못하는 체질이라 술자리에서는 늘 맥주나 소맥을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회식도 잦고, 야구 경기 뒤풀이도 빠지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딱히 폭음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는데, 그 작은 습관들이 오랫동안 쌓여온 것이었습니다.
발가락이 왜 갑자기 이렇게 아프냐
B가 처음 통증을 느낀 것은 4월 중순이었습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왼쪽 엄지발가락 부위가 퉁퉁 부어 있었고, 살짝 닿기만 해도 소리를 지를 만큼 아팠다고 합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표현이 딱 맞을 상태였는데, 신발은 물론이고 양말조차 올리는 게 힘들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 염좌로 여기고 파스를 붙이며 버텼지만, 이틀이 지나도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졌습니다. 밤새 욱신거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고, 엑스레이와 혈액검사를 거쳐 통풍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통풍은 혈액 속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요산 결정이 관절 주변에 쌓여 극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자료에 따르면, 주류 중에서 맥주가 단위 함량당 퓨린 농도가 가장 높아 통풍 환자에게 특히 위험한 술로 꼽힌다고 합니다. B가 소주보다 맥주를 선호해 온 것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었습니다.
증상은 엄지발가락에 가장 많이 나타나고, 발등, 발목, 손가락 순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B의 경우에는 엄지발가락 하나였는데, 그 통증이 얼마나 심했던지 병원 대기실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50대를 앞둔 남자가 발가락 하나 때문에 눈이 빨개진 채 앉아 있었다고, 나중에 쓴웃음을 지으며 털어놓았습니다.
치료와 생활 변화, 쉬운 건 없었습니다
병원에서는 급성 발작기에는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먼저 사용한다고 합니다. B도 처음에는 소염진통제 계열 약을 처방받았고, 이틀 정도 지나 겨우 걸을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급성 발작이 가라앉은 뒤에도 재발을 막으려면 혈중 요산 수치를 꾸준히 낮춰야 하는데, 약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내자료를 보면, 하루 2~3리터의 물을 마셔 요산 배설을 돕고,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같은 동반 질환 관리도 함께 챙겨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B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맥주를 끊는 일이었습니다. 야구 뒤풀이에서 삼겹살에 맥주 한 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막상 마시지 못하게 되니 모임 자리 자체가 불편해졌다고 합니다. 처음 몇 달은 정말 고역이었다고 했습니다. 오징어나 등심처럼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들도 줄여야 했고, 탄산음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가지 더 놀라웠던 것은, B가 검사 결과를 받아들고 요산 수치 외에 혈압도 살짝 높게 나왔다는 점이었습니다. 메디포뉴스 보도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통풍 환자 중 상당수가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다른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내과에서 정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기 시작했습니다.
완치가 아니라 조절, 지금도 관리 중
그 일이 있고 나서 B는 꽤 달라졌습니다. 야구 뒤풀이 자리에서는 물이나 이온음료로 버티고, 술자리가 있으면 소맥 대신 무알코올 맥주를 선택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제 주변 아빠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모습입니다.
재발도 한 차례 있었습니다. 2023년 가을, 오랜만에 열린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분위기에 이끌려 맥주를 몇 잔 더 마셨다고 합니다. 그다음 날 아침, 다시 그 느낌이 찾아왔습니다. 다행히 빨리 병원을 찾아 약을 받으니 첫 번째보다 훨씬 빨리 가라앉았지만, 그 이후로 음주에 대한 경각심이 부쩍 커졌다고 합니다.
통풍은 완치가 아니라 조절의 영역입니다. 요산 수치를 꾸준히 관리하면 발작 없이 지낼 수 있지만, 방심하는 순간 다시 돌아옵니다. 충남대학교병원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은 신장에서 요산 배설을 감소시키고 요산 합성 자체도 늘린다고 합니다. 맥주가 특히 위험한 것은 퓨린 함량까지 높기 때문입니다.
B는 지금도 3개월에 한 번씩 혈액검사를 받으며 요산 수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들 야구 경기에는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한때 발가락 하나 때문에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이제는 경기가 끝나면 아이들과 캐치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뒤풀이마다 소맥 몇 잔씩 거르지 않고 마셔 왔는데, 그것이 쌓이면 저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요산이 한 번 올라가면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남의 일처럼만 여겨온 것이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데, 통풍도 그런 신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새기게 됩니다.
관련 출처
메디포뉴스 - 맥주 외 다른 주류 섭취도 통풍 유발 요인
※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