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표 짜파게티 맛내기, 올리브기름에 카톡 주문까지
아들이 게임을 하다가 출출해지면 바로 문자가 옵니다. "아빠 저 짜파게티요." 거실에서 티비 보다가 메시지가 오면 두말없이 바로 주방으로 향하고 그릇에 물을 올립니다. 지체하면 하기 싫어지거든요. 짜파게티 한 그릇 쟁반에 받쳐서 김치하고 자기 방 테이블까지 배달해 주면 잠깐 엄지척 하나가 날아옵니다.
키보드 만지기 바빠서요, 눈길까지 기대하면 그건 욕심입니다. 딸한테도 "자기 방에서 짜파게티 먹을래?" 외쳐봅니다. "아니." 얘는 다이어트 하느라 먹고 싶어도 참습니다. 아내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피식 웃고, 그렇게 평온한 일요일이 지나갑니다.
짜파게티는 일요일마다 아빠 담당
다들 마찬가지이겠지만 엄마는 인스턴트 음식을 아이들한테 잘 안 해줍니다. 몸에 안 좋아서도 그렇고, 라면으로 군것질을 하면 밥을 먹지 않으니 당연하겠죠.
그래서 짜파게티는 항상 제 몫이 되었습니다. 특히 온 가족이 집에 있는 일요일 저녁 정도 되면, 게임에 한참 빠져 있는 아들 방에서 카톡 주문이 들어옵니다. "아빠 짜파게티요." 게임이 한창인 아들은 자기 방에서 나오기도 시간이 아까운 거죠.
아부지라 그런가, 그런 주문이 싫지가 않습니다. 반갑기까지 하죠. 주문이 올 때가 됐는데 하는 느낌으로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빠른 조리법으로 다 끓인 짜파게티를 피씨 앞 테이블까지 배달해 주면, 이놈은 화면에서 눈도 안 떼고 엄지척 하나 잠깐 날려주고 컴퓨터에 정신 팔려 있습니다.
짜파게티 맛 잡는 법, 1인분·올리브기름·공기 접촉
자주 끓이다 보니 맛 잡는 법을 알았습니다. 일단 1인분이 기본입니다. 많이 해도 2개 이상 동시에 조리는 힘듭니다. 짜파게티 한 개 기준 물은 한 컵 반 정도면 적당합니다. 버릴 필요 없고, 물이 끓으면 면과 건더기 스프를 먼저 넣고 팔팔 끓이다가 면이 퍼지면 물도 적당하게 줄어 있습니다.
거기다 짜장 스프를 넣고 적당히 졸이듯이 면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서 볶아주고, 이때 올리브기름을 투하하여 코팅하듯이 면을 더 볶아줍니다.
여기에 소고기가 있다면 맛이 더 배가 됩니다. 소고기를 먼저 구워두었다가 짜장 스프 넣을 때쯤 같이 넣어서, 올리브기름 넣고 같이 볶아주면 고기 맛과 짜장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물이 자작자작하게 남을 정도가 되는데, 다 먹고 나면 여기에 밥을 약간 비벼 먹을 정도가 됩니다. 밥을 비볐을 때 약간 싱거울 수도 있는데, 이때는 간장 약간, 들기름 약간 넣고 비벼 먹으면 간도 딱 맞고 적당합니다.
소고기 대신 대패삼겹살을 넣기도 하는데, 이때는 대패삼겹살을 먼저 구워 놓고 짜장 스프 넣을 때 소고기 넣을 자리에 대신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짜장 스프가 고기에 코팅돼서 맛있고, 아니면 넣지 말고 짜장면 위에 고기만 수북하게 담아서 갖다줘도 아이들 눈이 동그래집니다.
소고기도 돼지고기도 아무것도 없다 하면, 그럴 때 아빠표 필살기 계란 프라이를 위에 얹어줍니다. 계란 프라이 할 때는 기름을 넉넉하게 붓고 중불에서 가장자리가 살짝 거뭇거뭇해지며 탈 정도로 튀긴다는 생각으로 조리해야 맛이 더 고소해집니다. 이렇게 계란을 미리 준비해 두고 짜장면 위에 얹어주면 됩니다.
해병대 가기 전, 짜파게티는 못 해줬다
그렇게 일요일마다 짜파게티를 끓여 줬던 아들이 얼마 전 해병대에 입대했습니다. 입대하기 며칠 전까지 최대한 잘 먹여서 보내려고 좋은 걸 사 먹이고 했는데, 워낙 입이 짧은 아이라 맘처럼 잘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웬만한 거는 다 먹인 것 같은데, 짜파게티도 한번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고, 대단한 음식도 아니고 나중에 얼마든지 먹일 수 있으니 다음을 기약합니다.
아들이 군대에 가서 집안 식구가 하나 줄다 보니 확실히 식비가 줄더군요. 쌀도 덜 들어가고, 집에서 밥 먹는 사람 하나 줄어든 표시가 이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아내도 마찬가지라고 하고요. 이제 몇 개월이 지났으니 휴가 나올 때도 된 것 같습니다.
먹는 사람이 없으니 집에 라면들이 잘 줄어들지가 않습니다. 내년이면 집에 돌아와서 "아빠 짜파게티요" 할 때가 또 돌아오겠죠. 그때까지 몸 건강하게 군대 생활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음식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새콤달콤 딸은 기억 못하는 아빠만의 추억 (0) | 2026.08.10 |
|---|---|
| 발렌타인데이 추억, 가나 초콜릿 한 개에 실실 웃던 중학생 시절 (0) | 2026.08.09 |
| 맥심 모카골드와 커피머신으로 버티는 커피향 하루 (0) | 2026.08.08 |
| 곤드레나물밥 간편식 나이든 사람한테 제격인 이유 (0) | 2026.08.08 |
| 추억의 찹쌀 누룽지팝(POP Rice) 후기 (0) | 2026.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