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퇴근 버스에서 학생들이 탔는데 그중에 한 명이 이 더운 날 가나 초콜릿을 들고 있는 겁니다. 그 초콜릿이 먹고 싶었는지 누가 사줬는지, 그걸 보니 풋풋했던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나도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면서 가나 초콜릿을 하나 사보았습니다.
빨간 포장에 영어로 Ghana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시절에는 그렇게 먹고 싶었던 과자로 설렘을 주던 과자였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별거 아닌 초콜릿 하나로 보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바나나 한 개, 초콜릿 한 개만 있어도 시골에서는 먹지도 못하고 부자들이 먹는 간식이다 생각하고 부러워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맛있는 게 하도 많은 시대라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롯데 가나 밀크 초콜릿(LOTTE Ghana Milk Chocolate)
내 마음에 부드러움 한 조각
밀크초콜릿 70g(385kcal) 카카오 24%, 혼합분유 27%
발렌타인데이, 가나 초콜릿 서너 개에 실실 웃던 날
이 초콜릿은 특별한 추억이 있습니다. 바로 발렌타인데이 추억인데요. 언제부턴가 아이들 사이에서 발렌타인데이라는 말이 생기면서 2월 14일에 여자가 맘에 드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전달해 주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는 동네에서 1년 후배 여자아이들과 허물없이 지내던 터라 누가 나한테 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며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그날이 평일이었는지 주말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 동네에 처음 생긴 교회에 다니면서 아이들과 친해져 교회 끝나면 놀곤 했는데, 동네에서 제일 예쁘고 신비주의 컨셉처럼 잘 보이지도 않던 아이였는데 갑자기 저를 부르는 거예요. 동네 놀이터는 동네에서 제일 큰 창고 앞마당이었는데, 그 모퉁이에서 저를 부르길래 가봤더니 세상에, 그 후배가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주고 수줍게 도망가듯 사라지는 게 아니겠어요. 그렇게 다른 아이들한테도 더 받아서 서너 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어린 마음에 초콜릿 서너 개 받고 실실 웃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하고 제대로 얘기를 해본 것도 아니고 무슨 썸을 탄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았을까요.
초콜릿 책상 서랍, 며칠을 쳐다보기만 함
그렇게 받은 초콜릿을 무슨 보물단지 모시듯 다른 친구들한테 우쭐대면서 자랑도 하고, 먹기가 아까워서 서랍 속에 넣어 놓고 며칠을 쳐다본 것 같습니다. 먹기도 아까워서 쳐다보고 혼자 웃곤 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이유 없이 웃고 다닌다고, 괜히 남자가 실실대고 다니지 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화이트데이 답례, 동네 형 박하사탕 한 봉지와 달랐던 이유
그런데 부담이 되기 시작했어요. 바로 다음 달이 화이트데이라서 남자가 여자에게 또 사탕을 전해 주어야 하는 날이잖아요. 어떻게 할까 고민고민 하는데 친한 선배 형은 그냥 사탕 봉지 사서 주면 되는 거 아냐, 그렇게 말을 하는데 너무 성의 없어 보였습니다. 왜냐면 받을 때도 한결같이 예쁘게 포장이 되어 있었거든요.
그 당시만 해도 너무 뜯기가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슈퍼에서 종류별로 사탕을 3봉지 정도 산 것 같아요. 그래서 골고루 섞어서 포장지를 큰 사탕 봉지처럼 만들어서 하나씩 선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편지를 하나씩 쓰고 싶었지만 차마 쑥스럽기도 하고 뭐 그렇게까지 하나 싶어 적지 않았고, 내 팬들 관리하듯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사춘기, 지금으로 치면 중2병을 겪을 나이에 이런 일들을 보내고, 이후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그전에 놀던 것처럼 많이 보지는 못했고, 추석이나 설날 명절에 보면 가끔 시내 나가서 같은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가나 초콜릿, 통아몬드와 크런키 그리고 책받침 여신
그 시절 가나 초콜릿 광고를 아마 채시라가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초콜릿을 받고 나니 그런 광고가 보이더라고요. 사실 오리지널 가나 초콜릿보다는 통아몬드가 들어간 게 더 고소하고 맛있긴 하더라고요.
아니면 크런키 초콜릿이 식감도 있고 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달콤한 맛도 맛이지만, 그 시절에는 광고에 나오던 연예인이 더 유명한 시절이었고, 책받침 여신이라고 할 만큼 우리를 평정했던 스타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다 보니 동창들은 그래도 볼 일이 있지만 여자 선후배들은 만날 일이 없더라고요. 어떨 때는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잘 살겠지, 라고 생각하고, 다시 연락하면 좋았던 그 시절 좋았던 기억이 묻혀버릴 것 같아서 일부러 연락을 안 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가나 초콜릿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네요. 달콤한 초콜릿 맛처럼 생각만 해도 웃음 짓게 만드는 소중한 추억을 선사해 준, 하찮다면 하찮은 오래된 달콤함을 추억하며 생뚱맞게 사 온 초콜릿을 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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