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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방암 절제 수술 10시간의 기억

by 리버스플 2026. 5. 20.

아내의 유방암 절제 수술 사진

전화를 받자마자 아내가 울고 있었다

2008년 이야기예요. 야간 교대 근무를 마치고 직장 동료와 순대국밥에 소주 한 잔 하고 점심 무렵 집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때 아내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받기가 무섭게 아내가 울고 있었습니다.

그날 아내가 유방암 검사를 받으러 갔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교회 집사님이 이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아직 병원을 잘 모른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매일 간다 간다 미루던 아내가 그날 드디어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간 거였습니다. 같이 간 집사님은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우리 집사람만 유방암 초기라는 진단이 나왔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렸고, 수입도 넉넉하지 않을 때였어요. 암이라는 사실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치료가 가능하기는 한 건지, 수술비는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었습니다. 순대국밥집 앞 골목에 서서 전화를 끊지 못하고 한참을 있었어요.

 

2주 후 수술, 10시간을 기다렸다

바로 서울아산병원으로 가서 정밀 검사를 받고 수술 날짜를 잡았습니다. 몇 달씩 걸린다는 수술 대기를 운이 좋게도 빠진 사람이 생겨서 2주 후에 날짜가 잡혔어요. 30대 중반의 나이에 유방암이라니. 담당 교수님은 초기라서 완치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하셨지만, 그 말이 그때는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교수님이 특히 강조하셨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유방암은 바로 옆 겨드랑이에 림프절이 있어서 조금만 늦어도 전이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지금 초기에 발견됐으니 빨리 수술을 해야 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행이라는 생각과 무섭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도 충격적인 설명이 이어졌어요. 수술 후 상처가 잘 아물지 않으면 의료용 거머리를 써서 안에 고인 혈액을 제거하는 처치를 할 수도 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사인을 하면서 손이 떨렸습니다.

수술 당일, 아침부터 준비해서 9시쯤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나온 게 저녁 4~5시였으니 꼬박 10시간 정도 걸린 셈이에요. 그 사이 저는 대기실에서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정말 안 가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유방 절제 수술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는데, 이후 성형외과에서 뱃살을 떼어다 유방을 재건하는 수술이 길고 섬세한 작업이라 그렇게 시간이 걸린 거였어요. 실핏줄을 하나하나 잇는 작업까지 포함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유방 재건술을 포함한 수술 방식은 환자의 나이와 병기에 따라 달라지며, 조기 발견일수록 유방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 계획이 세워진다고 합니다.

 

보험도 없던 아내, 형이 한 말

아내는 정작 본인 보험은 들어놓지 않았어요. 남편 보험, 아이들 보험은 다 챙겨놓으면서 돈이 빠듯하니 자기 것은 빼버리고 살았던 겁니다. 그때 그게 얼마나 속상하고 또 안쓰럽던지. 다행히 형이 우체국에 근무해서 보험료 싼 암보험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일정 부분이 나왔지만 수술비에는 많이 모자란 금액이었어요.

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건강보험이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으면 산정특례 제도가 적용되어 본인 부담금이 10%밖에 안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국가암정보센터에서도 암 환자로 등록되면 산정특례 제도가 적용되어 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이런 부분까지 제도로 보장해 놓고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어요.

형이 "땅을 팔아서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냐,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그때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몰라요. 저도 아내한테 같은 말을 했습니다. "초기라서 완치 확률이 높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문제도 아니야. 걱정하지 마." 아내가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조금 웃었어요.

서울아산병원 근처에 아내 이모님께서 살고 계셔서 수술 전후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이모부님이 돌아가셨는데, 수술이 끝나고 회복 중에 편지를 써서 감사 인사를 드렸어요. 그분들 생각이 지금도 납니다.

 

그날 검사를 안 갔다면

그 일이 있고 나서 벌써 20년 가까이 됐어요. 아내는 지금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식단 관리, 운동, 건강 검진에 더 신경을 쓰게 됐어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아내가 그날 교회 집사님과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싶어요. 간다 간다 미루던 검사를 우연한 계기로 받게 됐고, 그게 초기 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유방암은 임파선이 바로 옆에 있어 조금만 늦으면 전이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 검사 하나가 아내의 삶을 지켰다고 생각해요.

40세 이상이면 2년마다 국가에서 무료로 유방암 검진을 지원합니다. 검진을 미루고 계신 분이 있다면, 우연한 계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우리 아내처럼 함께 갈 사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다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예약하시길 권합니다.

 

관련 출처

국가암정보센터 - 유방암 산정특례 안내

한국유방암학회 - 유방암 백서

서울아산병원 - 유방암 수술 및 재건

국민건강보험공단 - 국가암검진 안내



※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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