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진짜 어른이 어떤 건지 보여주신 분
영업이사님 이야기예요. 정말 드문 분이었습니다. 직책이 이사면 아랫사람들한테 피곤하게 구는 분도 있는데, 이사님은 달랐어요.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아이들 졸업할 때나 가족행사 때 살며시 용돈까지 챙겨주시는 분이었습니다. 성격도 화통하셔서 분위기가 늘 좋았고, 본인이 직접 내비게이션도 없이 손수 운전하면서 영업을 뛰시던 분이었어요. 회사에서 진짜 어른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보여주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예전에 간암 수술을 받으셨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간 절제술을 받으신 모양이었는데, 수술 후 5년 넘게 별다른 이상 없이 잘 지내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인도, 주변도 조금씩 긴장을 놓기 시작했어요. 줄이셨던 술을 다시 드시기 시작했고, 담배도 전처럼 피우시기 시작했습니다. 점심때 시작한 술이 새벽까지 이어지는 날이 반복됐어요. 이사님의 단점이 딱 술과 담배였습니다. 그 선을 넘으면 안 됐는데, 5년이 지나면서 그 경계가 흐려졌던 것 같아요.
간암 재발 소식이 들렸습니다. 서울아산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신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솔직히 처음엔 치료받으시면 또 괜찮아지시겠지 싶었어요. 5년 넘게 잘 버티셨던 분이니까요. 그런데 간암 재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5년을 버텼는데 술과 담배가 방아쇠였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음주는 간암의 주된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간경변증을 유발하고 이는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가 음주까지 하면 간암 발생을 더욱 앞당기며,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할 경우 간암 발생 위험이 훨씬 더 높아진다고 해요.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어요. 암 생존자가 담배를 피우면 암 재발률이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3.5배나 높으며, 간암 경험자는 반드시 금주해야 하는 암종 중 하나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이사님이 5년 넘게 버티신 것, 그것도 신기할 따름이었던 거예요. 치료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간암 재발 위험은 수술 후에도 계속 존재하고, 음주와 흡연은 그 위험을 현실로 당기는 가장 직접적인 방아쇠였어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간암이 진행된 경우 간 기능 저하가 동반되면 치료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들어 예후가 나빠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사님이 딱 그 상황이 됐어요.
500만원짜리 면역항암제를 서너 차례 맞으셨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면서 고가의 항암 주사를 맞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한 번에 500만 원에 달하는 면역항암제를 서너 차례 맞으셨어요. 면역항암제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환자 자신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스스로 제거하도록 돕는 치료제입니다. 그 비용을 감당하시면서까지 치료를 이어가셨다는 게 나중에 알았을 때 마음이 무거웠어요. 항암 주사를 맞고 오시는 며칠은 더 기력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악화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이사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빠를 거라고는 아무도 몰랐어요. 간암 재발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병문안 갔다가 마음이 무거웠다
이사님이 많이 아프시다는 소식을 듣고 몇 차례 집으로 직접 병문안을 갔습니다. 그런데 집에 가보니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안방도 아닌 옆방에 모셔져 있었고, 가족들이 곁에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아드님들도, 사모님도 아버지가 아픈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어요.
처음엔 이런 집이 있나 싶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이사님이 젊었을 때 가정에 상처를 많이 남기신 모양이었습니다. 오죽이나 했으면 그랬겠냐는 생각도 들었어요. 회사에서 우리한테는 그렇게 따뜻하고 든든한 분이었는데, 정작 마지막에 가족 곁에서 충분히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가셨다는 생각이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몸으로 보여주셨던 분인데. 그렇게 가셨어요.
간암 수술이 끝이 아니라는 것
이사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간암은 수술이 끝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간암 재발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거예요.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간암 경험자는 반드시 금주와 금연을 유지해야 하며, 6개월마다 복부 초음파와 혈액 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이사님처럼 5년 이상 재발이 없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간암 재발은 수술 후 수년이 지나서도 나타날 수 있어요.
술 한 잔, 담배 한 개비가 그렇게 무거운 것인지. 간암이 한 번 생긴 몸은 이미 그만큼 취약한 상태라는 것을, 이사님을 보내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이사님의 자리를 보면 넉넉하게 웃고 계시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해요. 부디 다른 세상에서 꼭 행복하시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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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