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마시면 으레 그러려니 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는 후배 지인 이야기예요. 올해 마흔여덟로, 술자리가 잦은 직업 특성상 몇 년 전부터 식후 속 쓰림과 더부룩함이 반복됐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술 마시면 으레 그러려니 했고, 약국에서 소화제나 제산제를 사다 먹으면 그럭저럭 잘 넘어갔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위암 증상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2023년 봄, 직장 정기건강검진에서 처음으로 위내시경이 포함됐어요. 결과지를 받고 2주쯤 지나 담당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위에 의심 병변이 있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이었어요. 가슴이 뜨끔했다고 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더부룩함이야 항상 있던 거라 그냥 위염이 심한 거겠거니 싶었다고 했어요.
조기위암의 약 80% 이상은 특별한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증상만으로 위암을 진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위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고 더부룩함이나 속 쓰림 같은 증상이 나타나도 위염과 구별하기 어렵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아픈 곳도 없고 체중도 그대로인데 위암 2기였습니다.
앞이 캄캄했다는 후배 전화 목소리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정밀 위내시경과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위 중간 부위에 생긴 선암이 점막하층을 넘어 근육층까지 파고든 위암 2기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후배한테서 전화가 온 게 그 결과를 받은 날이었어요.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형, 나 위암 2기래."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할 말이 없었어요.
아직 아이들도 어린데, 아내는 계속 울기만 했다고 했습니다. 담당 교수는 수술이 가능한 단계이며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렇게 진단 3주 후 복강경 위 부분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위의 약 3분의 2를 잘라내고 림프절도 함께 제거하는 수술이었어요. 수술 시간은 약 4시간, 입원은 10일이었습니다.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일부 확인돼 보조항암화학요법을 6개월간 받았어요. 항암 기간 중 극심한 피로감과 식욕 저하로 체중이 8kg 가까이 빠졌습니다. 그 기간이 수술보다 더 힘들었다고 했어요.
수술 후 가장 힘든 건 먹는 것이었다
위암 수술 후 가장 힘들었던 건 먹는 것이었다고 했어요. 물부터 시작해서 미음, 죽 순서로 넘어가는데 위가 줄었으니 조금만 먹어도 금방 찼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 어른 주먹 크기만큼밖에 못 먹었다고 했어요. 예전에 회식 자리에서 제일 많이 먹던 친구가 그렇게 됐다는 게 실감이 안 됐습니다.
밥 먹는 시간이 제일 무섭다고 했어요. 조금만 많이 먹으면 바로 울렁거림이 왔고, 덤핑증후군이라고 해서 식후에 식은땀이 나고 어지러운 증상도 반복됐다고 했습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도 위암 수술 후 소량씩 자주 먹는 식사 방식으로 전환하고 자극적인 음식과 당분이 많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후배가 딱 그걸 몸으로 배우고 있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재발 소견 없다
현재 진단 후 2년이 지났고 재발 소견은 없습니다. 금주하는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3개월마다 아주대학교병원에서 CT와 내시경 추적 검사를 받고 있어요. 짜고 매운 음식을 끊고 저염식 위주로 식단을 바꿨다고 했습니다. 맛은 없지만 건강을 위해 먹다 보니 집에서 식사를 자주 하게 됐다고 했어요. 식당 음식이 자극적인 부분이 많아서 되도록 멀리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후배가 주변 중년 남성들한테 기회가 될 때마다 같은 말을 한다고 해요. "속 쓰린 거 그냥 소화제로 때우지 마세요. 저도 몇 년을 그렇게 버텼는데 위암 증상인 줄 몰랐습니다. 수면 위내시경 한 번이 저를 살렸어요." 그 말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질병관리청에서도 40세 이상이라면 2년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위암 검진을 꼭 받아야 하며,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나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더 자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속 쓰림을 소화제로 때우고 있다면
후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돌아봤어요. 저 역시 속이 더부룩하면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다 먹는 게 먼저였습니다. 위내시경은 무섭다, 귀찮다는 이유로 미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후배를 보고 나서는 달라졌습니다.
속 쓰림이나 더부룩함이 몇 주 이상 반복된다면, 그리고 위내시경을 2년 이상 안 받으셨다면 지금 바로 예약해보시길 권합니다. 후배가 몇 년을 소화제로 버티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생각하면, 위내시경 한 번의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어요. 수면 위내시경은 자는 동안 끝납니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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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