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짧은 상고머리로 살아온 곱슬머리 남자
나는 어려서부터 머리숱이 많았습니다. 머리도 곱슬인 데다 머리숱이 많고 두꺼워서, 머릿결이 힘이 세서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머리였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머리가 찰랑찰랑한 남자아이들을 보면 왜 그리 부러워했습니다. 그래서 평생을 짧은 머리로 살았습니다.
남자들은 상고머리라고 하면 미용실에서도 더 안 물어보고 잘라 주시는 게 편하고, 저도 머리는 포기하고 살았기 때문에 뭐 그리 신경을 쓰고 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타일에 맞는 미용실 찾기도 어려워서 매번 바꿔 다니고, 남성 미용실에 가서 "상고머리요" 하고 깎는 게 제일 편했고, 다른 사람이 머리를 예쁘게 잘라서 추천받아 가봐도 영 맘에 들지가 않더라고요.
아내가 찾아준 미용실, 사장님의 뜻밖의 한마디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당신 머리 잘 해줄 것 같은 미용실 하나 찾았다고 가보라고 하는 겁니다.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어차피 단골로 가는 미용실도 없고 해서 겸사겸사 가서 머리를 상고머리로 자르고 다녔습니다. 뭐 그리 특별할 것도 맘에 들 것도 갈 데도 없어서 몇 번을 그 미용실을 이용했는데, 약간 낯섦이 사라진 사장님께서 "아니, 머리숱이 이렇게 많고 좋은데 왜 그렇게 머리를 짧게만 깎느냐"고 하는 겁니다. 아니, 나는 평생을 머릿결이 별로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너무 좋은 겁니다.
남들은 머리숱이 없어서 멋 내고 싶어도 못 하는데, 사장님은 너무 아깝다, 머리도 기르고 파마도 해보시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분이 지금 나한테 영업하시는가 보다 하고 몇 번을 그냥 넘겼죠. 그런데 그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고 간 날은 사람들이 머리 잘랐냐고 알아봐 주고, 상고머리인데도 잘 어울린다고 하는 겁니다.
도깨비 공유 스타일에 도전한 첫 파마
그래서 그분이 머리를 잘하시는 분이구나 생각하고, 파마에 도전해 보기로 하고 몇 달을 길러서 파마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머리는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주인공 공유의 머리 스타일이었습니다. 사장님이 요즘 유행하는 파마이기도 하고 잘 어울릴 것 같다 말씀해 주셔서 바로 긴 머리부터 정리하고 파마에 들어갔습니다.
파마를 처음 해보는지라 이게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인지 몰랐습니다. 아주머니들이 파마하면서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돌아다니는 게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허리가 아플 정도로 의자에서 기다리다가, 파마가 거의 되면 중화시킨다고 해서 약을 또 뿌리면서 머리핀을 제거해 주시더라고요. 파마가 모두 끝나고 마지막 헤어드라이까지 해서 마친 제 모습은 정말 어색했습니다.
창피해서 못 나갈 뻔한 파마, 그런데 반전
그도 그럴 것이, 평생을 짧은 머리로 살았다가 나이 50에 파마를 처음 해 보았는데 이게 잘 어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도 맘에 안 들어서, 그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사장님께 전화해서 도저히 용기가 안 나서 출근을 못 하겠다, 주말이라 쉬시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다시 풀 수 없냐 했더니, 주말이라 나오기 어렵다 하시고 일주일만 참아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창피함을 참아 보기로 하고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반전, 사람들이 하나같이 파마가 너무 잘 어울린다 하는 겁니다. 내 생각하고는 정말 다르구나. 와이프도 스타일이 살아서 좋다, 머리가 풍성해진 느낌이라 젊어 보인다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당신이 잘 소개해 준 덕분이지 하면서 저도 기분이 좋아져, 파마를 2~3번은 하고 다녔습니다.
흰머리와 가려움, 파마를 포기하고 염색으로
그런데 결정적으로 긴 머리와 파마를 계속 이어갈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파마약이 독했는지 그동안 많이 보이지 않던 흰머리가 갑자기 늘어나고, 가려움증이 갈수록 심해지더라고요. 드디어 염색을 해야 하는 시기까지 왔는데, 염색하고 파마까지 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파마하면 드라이기 쓰기도 어렵고 출근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머리숱이 많다 보니 여름에는 더워서 유지하기가 어려웠던 거 같습니다. 한 살이라도 더 젊어서 해볼걸 하면서 파마는 포기하고 염색만 하게 되었는데, 며칠은 트러블 때문에 가렵다가 일주일 정도 지나면 괜찮아져서 염색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염색 후 가려움엔 샴푸가 절반이다
그런데 평소 사용하는 샴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염색 후 가려움증 때문에 좀 어렵다고 했더니 사장님께서 친환경 염색약이라 좋은 거라 덜할 거라고 했는데, 명절 때 선물받은 일반 샴푸를 사용할 때는 갑자기 가렵기 시작하더라고요.
그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좀 비싸더라도 친환경 샴푸를 쓰니 가려움증도 덜하고 사용하기 편리해진 것 같습니다. 머릿속 두피가 건조해지는 걸 방지해 줘서 그런지, 가려울 때는 말도 못하게 가렵고 머릿결이 뻣뻣해지던 느낌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머리숱 많은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일 줄이야
그래도 머리가 없는 것보다는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어려서는 부모님 때문에 머릿결이 이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전인자가 별로다 하는, 그런 불효자식이었죠. 그런데 나이를 먹다 보니 머리숱이 많은 것, 머리가 두꺼운 것이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조상님께 죄송하고, 다시는 그런 생각 하지 않겠다고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관리의 문제지 누굴 탓할 일도 아니고, 내가 만들어가는 내 삶이다, 잘못돼도 내가 잘못한 거다 생각합니다. 뭐 하나 성하지 못한 것도 내 잘못이다 생각합니다. 치아든 머리든 결국 내가 스스로 꾸준하게 관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본 게시물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니며,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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