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가 가마솥에 지어주시던 밥
어려서는 엄마가 가마솥에 해주시던 밥을 주걱으로 커다란 밥공기에 가득 퍼 주시면 그 밥을 먹었습니다. 더 어려웠을 때는 밥도 먹기 힘들어서 보리밥 아니면 밀가루로 만든 칼국수를 많이 먹었다고 했습니다. 밥을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밥공기를 줄이고 현미를 섞는 아내
언젠가부터 아내는 밥공기 사이즈를 줄였습니다. 원래 예전보다 사이즈가 작아지긴 했지만, 그보다 더 작은 공기로 사이즈를 더 줄여서 적게 먹자고 합니다.
쌀도 일반 쌀보다는 현미나 콩, 잡곡을 많이 섞어서 밥을 짓습니다. 건강식으로 먹자고 하는데, 현미를 워낙 많이 넣어서 밥이 되게 지어지는 적이 많고 딱딱한 것 같아서 별로인데, 아내는 백미보다 훨씬 좋은 거라고 자꾸 먹으면 괜찮다고 합니다.
밥도 현미도 마다하는 요즘 아이들
요즘은 아이들이 밥을 먹을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려서는 항상 끼니가 우선이었고 모든 생활 자체가 식생활로 이어졌는데, 먹는 게 어려운 걸 모르는 아이들은 밥보다 라면, 인스턴트 음식을 더 선호합니다.
어른들은 인스턴트 음식보단 밥이 더 좋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끼니때가 되어도 밥 먹을 생각을 안 하고 놀다가, 배달 앱으로 하나 시켜서 먹는 게 당연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현미밥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야 이제 건강을 생각해야 될 나이니까 먹으려고 하지만, 밥도 잘 안 먹으려는 아이들한테 밥맛이 더 떨어지는 현미밥은 얘기조차 할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밥이 왜 이래" 하는 식이죠. 어려서부터 습관을 들이려고 백미와 비율 좋게 적당히 배합해서 밥을 지어도, 아이들은 벌써 색깔만 봐도 안 먹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아이들 밥은 따로 하기도 하고요.
아버지와 함께한 모내기와 벼베기
어려서부터 쌀을 귀하게 여기다 보니 쌀을 소고기만큼 귀하게 여기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어서 더 그런가 봅니다. 아버지하고 형하고 농사일 안 해본 게 없지만, 아버지는 쌀이 귀하니 모내기에서부터 벼 벨 때까지 아들들을 항상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그래서 농약도 해보고, 모내기한 논에 풀도 매러 가보고, 가을에 벼 벨 때는 지금처럼 기계로 하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들러붙어서 며칠 동안 벼를 벴는데, 그때 낫질하시던 모습이나 숫돌에 낫을 갈아서 벼를 베시던 아버지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신작로에 벼를 널어 말리던 시절
그렇게 벼를 베고 탈곡하면 지금은 바로 농협으로 가서 수매를 시키지만, 예전에는 그걸 신작로 평평한 길에 주욱 깔아서 벼를 말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잘 말려야 품질이 좋아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이 한꺼번에 말리는 바람에 자리 차지 하려고 다투기도 많이 했고, 도로에 벼를 깔아 놓다 보니 경운기가 미끄러져 큰 사고가 나기도 했고, 위험해서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더라고요.
지푸라기 썰매와 구수한 소죽 냄새
탈곡하고 난 지푸라기는 또 어떻고요. 겨울에 눈이 오면 마을 뒷동산에서 비료 푸대를 탔는데, 그 속에 지푸라기를 넣고 앞 입구를 꽁꽁 묶어서 엉덩이에 받치고 타면 푹신한 게 최고였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야산이라 돌덩이, 밤 가시들이 흔해서 다치기 십상이었거든요. 지푸라기는 소여물을 쑬 때도 항상 들어가서, 소죽을 끓일 때 그 구수한 냄새가 잊히질 않습니다. 그렇게 귀하고 용도가 많았던 쌀이 이제는 옛날처럼 대접받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현미와 백미, 영양의 95% 차이
건강에 좋다 하니 일단 먹어보기로 합니다. 뭐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하면서요. 그런데 현미가 얼마나 좋은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찾아보았는데, 왕겨 아시죠? 시골 쌀 도정공장에서 나오는 왕겨, 겨울에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연료로 사용하기도 했죠. 현미는 이 왕겨만 제거한 거라고 하고, 백미는 왕겨는 물론 쌀겨와 쌀눈까지 제거한 쌀이라고 보면 됩니다.
근데 제거한 쌀겨, 쌀눈에 쌀 전체 영양소의 95% 이상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밥알에는 영양가의 5% 정도, 대부분 탄수화물이라고 하네요. 이럴 수가,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평소에도 저탄고지 식단 위주로 밥을 먹는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줄 진작에 알았으면 평소에도 현미나 보리쌀을 훨씬 많이 먹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밥맛으로 따지면야 어리적 어머니가 가마솥에서 퍼주시던 따끈따끈한 밥이 최고이지만 이제는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나이기 때문에 건강유지를 위해서 라도 아내 말대로 잘 따라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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