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이야기

떡볶이와 누나의 추억

by 리버스플 2026. 8. 12.

어려서부터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문득문득 생각나는 음식이 있어서 오늘은 떡볶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뭘 해도 맛있는 게 없어 실패만 하던 작은누나가 유일하게 우리한테 인정받은 게 바로 떡볶이였습니다. 작은누나만의 무슨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고추장에 설탕만 넣고 뚝딱 만들어도 맛이 좋아서 떡볶이는 항상 누나 담당이었습니다.

 

토요일만 되면 학교 일찍 끝나고 집에서 만들어 줬는데, 그게 그냥 간식이 아니라 이제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분식점 앞을 지나갈 때면 누나가 만들어 줬던 그 시절 빨간 떡볶이가 절로 생각납니다.

어머니의 떡볶이 손맛

엄마가 해 주시던 떡볶이는 원래 떡볶이를 하려고 준비한 떡이 아니었습니다. 명절에 떡국을 끓여 먹으려고 만들어 놓은 길쭉길쭉한 가래떡이었습니다. 떡국을 끓여 먹고 남은 가래떡으로 떡볶이를 해 주셨는데, 어머니가 해 주시던 떡볶이는 약간 투박했습니다.

 

대파를 숭덩숭덩, 거의 가래떡 사이즈로 크게 썰어 넣고, 가래떡도 손가락만큼이나 큼지막하게 잘라서 어머니 손맛대로 만들어 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오손도손 둘러앉아 젓가락 하나씩 들고, 큼지막한 대파는 아버지가 떡이랑 먼저 드시고 우리는 큼지막한 가래떡 떡볶이를 잘라서 먹곤 했습니다.

 

먼 기억에서 어렴풋이 떠오르는 걸 보면 자주 해 주셨던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때는 그게 어른 입맛에 딱 맞는 맛은 아니어서, 가래떡을 구워 먹기도 하고 라면에 넣어서 주시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이즈가 커서 한 입만 먹어도 금세 배가 불러오던 그 쫀득쫀득한 가래떡 떡볶이 느낌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 분식점 떡볶이

중학교 때는 짜장면이 최고였고, 고등학교 때는 떡볶이가 최고였습니다. 도시락은 2~3교시 끝나고 까먹은 게 옛날이고, 4교시 종이 땡 울리자마자 떡볶이집 앞에 줄을 서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오픈런이 아니라 점심런이죠. 그래야 시간에 맞춰 떡볶이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느긋하게 갔다간 국물도 못 먹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 당시 학교 분식점 떡볶이는 그야말로 고급 떡볶이였습니다. 집에서 먹던 것하고는 차원이 달라서, 소스 자체부터가 새빨갛고 뭘로 코팅이 된 듯 반짝반짝했습니다. 거기에 계란도 들어가고, 김말이에 튀김까지

 

그 빨간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고 부어 먹어도 짱이고, 마지막에 오뎅 국물로 입가심하고 나오면 친구들끼리 오늘은 정말 대단한 걸 잘 먹었다는 표정으로 웃고 떠들곤 했습니다. 솔직히 요즘은 아무리 대단한 걸 먹어도 맛은 있지만, 그때 그 추억의 맛은 잊지 못합니다.

고속도로 떡볶이

요즘은 고속도로 떡볶이가 또 별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엔 휴게소 간식으로는 뭔가 구식인 것 같아 영 손이 안 갔습니다. 근데 애들이 먹다 남은 떡볶이를 차 안에서 하나 먹게 됐는데, 그때 제 생각이 구식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면 기름지고 튀기고 느끼한 걸 많이 먹게 되잖아요.

 

그 느끼한 걸 잡겠다고 커피도 많이 마시고, 운전하면서 피곤하기도 한데, 그 매운맛이 확 들어오니까 스트레스도 잊게 되고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 매콤한 떡볶이가 딱 좋더라고요. 그다지 특별한 맛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휴게소에서 먹어 봐도 맛이 일정하고 생김새가 비슷하더라고요. 이건 진짜 기본에 충실한 떡볶이입니다. 거기다 어묵 국물까지 뜨끈하게 먹어 주면 남은 운전길이 그나마 편안해집니다.

작은누나가 유일하게 잘한 것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기억에 남는 떡볶이는 작은누님이 해 주신 떡볶이입니다. 작은누나는 바로 위 누나라 어릴 때 친하게 같이 자라서 이것저것 추억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떠오르는 건 역시 떡볶이입니다. 엄마가 해 주시던 밥 말고 다른 사람이 해 준 것은 누나가 자주 해 줬던 것 같은데, 누나는 뭘 해도 맛있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먹을 때마다 '역시 엄마가 해 준 밥이 최고구나' 했는데, 유일하게 딱 하나 잘하는 것이 바로 떡볶이였습니다. 친구한테 배웠다는데, 고추장 국물에 설탕 조금 넣고 조물조물 약간만 졸여서 만든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토요일마다 학교 일찍 끝나서 집에 있을 때면 가끔 만들어 주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가 해 주신 건강한 맛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달달한 맛을 어려서 그게 맛있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그 당시 떡볶이 맛은 작은누나가 최고라는 걸 가족들 모두 인정했습니다.

편의점 떡볶이 도전

시대가 변해서 이제는 집에서 하는 떡볶이보다 떡볶이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어느 회사 제품이 맛있다더라 하는 식이라 추억의 맛이 살짝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도 누나가 만들어 준 떡볶이, 학교 앞 분식점에서 먹던 꿀단지 소스 떡볶이, 엄마 손맛으로 해 주신 떡볶이만큼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편의점에 있는 떡볶이가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추억의 맛에 비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편의점 떡볶이에 치즈도 넣고 계란도 넣어서 큰맘 먹고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먹어 보면 또 그 맛이 생각이 날까요? 오늘 저녁에 한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편의점 떡볶이 맛있게 먹는 팁

큰맘 먹고 도전하는 김에 몇 가지 팁도 찾아 봤습니다. 간단하지만 편의점 떡볶이가 확 살아나는 방법입니다. 

 

-물은 컵 안쪽 표시선보다 살짝 적게 붓기 – 국물이 자작자작 하도록

-전자레인지에서 꺼내서 잘 저어 주기 – 뭉친 양념이 풀립니다.

-치즈는 스트링치즈나 모짜렐라 – 살찌는 것은 책임 못짐

-계란은 훈제란·맥반석 계란이용, 국물에 풀어서 매운맛을 부드럽게

-라면 사리나 비엔나 소시지를 곁들이면 더 푸짐함

-남은 국물에 삼각김밥이나 즉석밥을 넣어 볶아 먹으면 이게 또 별미

직접 도전해 본 후기

그래서 정말로 편의점에서 컵떡볶이 하나에 치즈와 계란까지 챙겨서 도전해 봤습니다. 솔직히 첫술을 뜨기 전까지는 '추억의 그 맛이 나올 리가 없지' 하고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막상 먹어 보니 생각보다 떡이 쫀득하고 양념도 제법 진하더라고요.

 

치즈를 올리니 매운맛이 부드럽게 감기고, 계란이 국물을 잡아 줘서 훨씬 든든했습니다. 물론 누나가 조물조물 만들어 주던 그 떡볶이나 학교 앞 꿀단지 소스 떡볶이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그 맛은 결국 재료가 아니라 그 시절, 그 사람들 덕분에 완성된 맛이었으니까요.

 

그래도 혼자 조용히 즐기는 야식으로는 충분히 합격점이었습니다. 추억은 추억대로 마음에 간직하고, 편의점 떡볶이는 편의점 떡볶이대로 소소하게 즐기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다음엔 큰맘 먹고 작은누나표 고추장 설탕 떡볶이를 직접 재현해 볼 생각입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건강벌어 남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