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대 차고 나타난 형님
자주 보진 않지만 친분이 있는 형님 이야기예요. 1968년생으로 올해 쉰일곱입니다. 오랜만에 자리가 생겨서 만났는데, 허리에 복대를 차고 나타나셨어요. 무슨 복대냐고 여쭤봤더니 일하다 허리를 삐끗했는데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차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날씬해 보이고 보기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껄껄 웃으시더군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여쭤보니 형님이 눈을 반짝이셨습니다. 요즘 참 재미있다며 68년생 모임을 시작했다고 하셨어요. 같은 업계에 1968년생 동갑내기들이 유독 많이 있었는데, 하나둘 모이다 보니 아예 모임을 하나 만들었다는 겁니다. 비슷한 나이대끼리 모이니까 말도 잘 통하고 참 편해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진지하게 한마디를 더 덧붙이셨습니다. 재미있는 게 뭔지 아냐면서, 모임 마지막에 가면 꼭 건강 얘기로 끝이 난다고 하셨어요. 68년생들의 마지막 대화 주제는 무조건 건강이라는 말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가슴 깊이 공감이 됐습니다. 어느 나이가 되면 다들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아침 삼겹살 오픈런 하던 형님
이 형님은 평소에 술을 엄청나게 좋아하시는 분이에요.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아내분과 함께 아침부터 삼겹살집 오픈런을 해서 해장술을 마시러 다닌다고 하셨거든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아침부터 삼겹살에 소주라니, 그게 일상이신 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오랜만에 뵙고 보니 얼굴빛이 다소 어둡고 시커멓게 변해 있으셨습니다. 얼굴이 왜 그러시냐고 걱정스레 물었더니, 원래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다며 털털하게 웃으셨습니다. 그러면서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주말마다 산에 다닌다고 하셨어요. 술을 계속 마시려면 산에라도 다니면서 몸을 움직여야 하지 않겠냐는 요량이었습니다. 그 말이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건강에 변화가 생겼음이 직감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역시나 이유가 있었습니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당 수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던 겁니다. 음식 조절은 도저히 체질에 안 맞아서 못하겠고, 병원 약으로 조절하면서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등산을 시작했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형님이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던지셨습니다. 당뇨는 합병증이 정말 무서운데, 특히 발이 제일 겁난다고 말이죠.
당뇨발이 무서운 진짜 이유
형님이 발 이야기를 유독 강조하셔서 저도 집으로 돌아와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흔히 '당뇨발'이라고 부르는 당뇨병성 족부 질환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무서운 합병증이었습니다. 당뇨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전신의 혈액 순환이 급격히 나빠지고 발 주변의 말초 신경이 손상되면서 감각이 둔해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발에 상처가 생겨도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고혈당 상태에서는 신체의 치유력과 세균 저항력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아주 작은 상처가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됩니다.
손발톱을 깎다가 살짝 빗겨 나가 생긴 작은 상처, 발에 맞지 않는 꽉 끼는 신발을 신어서 생긴 작은 물집, 혹은 피로를 풀겠다고 뜨거운 물에 발을 담갔다가 생긴 미세한 수포 같은 것들이 당뇨 환자에게는 심각한 궤양으로 이어지는 불씨가 됩니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 상처 부위가 쉽게 아물지 않고 세균에 감염되면, 심한 경우 발가락 끝부터 까맣게 썩어 들어가는 괴사가 진행되어 발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성 족부 질환 안내에서도 당뇨 환자의 발은 아주 가벼운 상처라도 궤양이나 괴저 등 합병증으로 급속히 진행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당뇨병성 족부병증 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가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발 궤양을 앓게 된다고 합니다. 평소 건강을 자부하던 형님이 왜 발 합병증 얘기만 나오면 가슴을 쓸어내리셨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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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없어서 더 무섭다
당뇨발이 무엇보다 두려운 진짜 이유는 바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마비 증상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발끝이 저리거나 찌릿한 감각 이상으로 시작되지만, 증상이 진행되어 감각 마비 단계에 이르면 발바닥에 상처가 생겨도 모른 채 일상생활을 계속하게 됩니다. 보통 우리 몸은 아파야 병원을 찾는데, 아픔을 느끼지 못하니 치료 시기를 놓치고 발이 이미 심각하게 망가진 상태가 되어서야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형님처럼 평소 술을 즐기시는 분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말초 신경 손상을 가속화하기 때문입니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사람, 흡연하는 사람, 당뇨를 수년 이상 오래 앓은 사람일수록 당뇨발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당뇨발 상처에서도 당뇨 환자는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 상처 여부를 매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당뇨발 예방 수칙은 의외로 기본적입니다. 발을 매일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씻고 발가락 사이 물기를 완전히 말리는 것, 발톱을 일자로 넉넉하게 잘라 살을 파고들지 않게 하는 것, 실내외 막론하고 맨발로 다니지 않는 것, 넉넉하고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입니다. 발에 아주 미세한 색깔 변화나 굳은살, 상처가 발견되면 그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68년생 모임 마지막은 건강

평생 아침 해장술을 즐기시던 형님이 당뇨 합병증의 두려움을 마주하고 매주 산을 오르기 시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식단 조절은 완벽하지 못할지라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 행동을 시작했다는 그 자체가 큰 걸음이니까요.
모임의 끝자락이 항상 건강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68년생 형님들의 씁쓸하면서도 다정한 대화가 가슴에 길게 남습니다. 당뇨를 앓고 계시거나 혈당 관리가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오늘부터 발 관리를 혈당 수치 확인만큼 중요한 일과로 삼으셨으면 합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당뇨족 발 관리에 따르면, 당뇨 환자는 정기적인 합병증 검진과 선제적인 발 보호를 통해서만 족부 질환의 위험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발을 다쳐본 사람은 알아요. 발에 이상이 생기면 돌아다닐 수가 없어 온몸이 답답해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흘려듣지 않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제 아침 선선한 날씨에 걷기 운동을 했는데, 그 사진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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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니며,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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