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씬한데 혈당이 왜 높냐고 했어요
대학 동창 B씨 이야기입니다. 올해 쉰셋으로 중학교 교사로 20년 넘게 일하고 있습니다. 키 175cm에 체중 68kg, 누가 봐도 마른 체형입니다. 술도 거의 안 하고 주말에는 동네 자전거를 꾸준히 타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2021년 봄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118, 당화혈색소 6.3이 나왔습니다. 추가 관리가 필요한 범위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B씨가 검진 결과를 들고 내과 상담을 갔더니 의사가 "어머니가 당뇨 있으시죠?"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맞았습니다. B씨 어머니가 60대 초반부터 당뇨약을 드시고 있었어요. 의사가 가족력이 있는 분들은 체중과 무관하게 혈당 관리를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B씨는 그 말이 충격이었다고 했어요. 운동도 하고 살도 안 쪘는데 왜 혈당이 높게 나올 수 있느냐는 거였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비교적 낮은 체중에서도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B씨가 딱 그런 경우였던 셈입니다.
탄수화물만 줄였더니 오히려 힘들어졌어요
B씨가 처음 선택한 방법은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밥을 거의 먹지 않고 빵과 과자도 끊었어요. 두 달 만에 체중이 4kg 정도 줄었고 혈당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수업 중 머리가 멍하고 오후가 되면 집중이 잘 안 됐다고 해요. 학생들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B씨는 극단적인 식사 조절을 중단하고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찾았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았는데 인슐린 분비 능력이 또래 평균보다 낮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의사는 무조건 굶는 방식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 뒤부터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고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은 뒤 밥을 먹는 순서로 식사 습관을 바꿨습니다.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혈당 변화를 고려한 식사 방식을 배우게 된 것이었죠.
수면 부족이 혈당에 영향을 주고 있었어요
B씨가 공복혈당을 기록하면서 한 가지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시험 기간처럼 늦게까지 채점하고 새벽에 잠든 날은 다음 날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달 정도 기록해 보니 비슷한 흐름이 반복됐다고 해요.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와 대사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B씨는 식단만큼 수면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 후 밤 11시 전후 취침을 목표로 생활 리듬을 바꿨고, 가능한 한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후 공복혈당도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1년 후 검사 결과가 달라졌어요
B씨는 식사 순서 조정, 잡곡밥 전환, 야식 줄이기, 수면 관리를 약 1년 동안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1년 뒤 검사에서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이전보다 낮아졌고 공복혈당도 개선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담당 의사가 생활 습관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 보자고 했다는 말을 전해줄 때 B씨 목소리에 안도감이 묻어났어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당뇨 전단계는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B씨 역시 생활 습관 변화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됐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식단을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 회식도 가고 가끔 야식을 먹는 날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잡곡밥과 수면 관리는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그 두 가지가 가장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합니다.
마르다고 혈당을 방심하면 안 돼요
B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저 역시 살이 안 쪘으니 당뇨와는 거리가 멀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B씨처럼 마른 체형에 운동도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도 혈당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가족력이 있거나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높게 나왔다면 다음 검진 때 당화혈색소 수치도 함께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건강검진 결과지 속 숫자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습니다.
관련 출처
※ 본 게시물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건강 상태와 치료 방법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