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마른 당뇨 탈출기 (마른 당뇨, 췌장 기능, 당뇨 관해)

by 리버스플 2026. 5. 7.

마른 당뇨 탈출기 사진

운동도 하고, 탄수화물도 줄였는데 혈당이 꿈쩍도 안 하는 경험, 해보신 분 계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50대 초반, 마른 체형임에도 당뇨 판정을 받은 날, 솔직히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사실 어머님도 40년넘게 당뇨병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고 계시 거든요. 그 뒤로 1년 넘게 "왜 안 잡히지?"를 반복하다가, 문제의 출발점이 식단이 아니라 췌장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마른 당뇨, 왜 한국인에게 유독 많은가

일반적으로 당뇨는 비만한 사람들의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 경험이 딱 그 반증이었습니다. BMI 기준으로 정상 체중이었고, 주변에서 "당뇨라고요?"라는 말을 들을 만큼 마른 편이었으니까요.

국내 당뇨 환자 중 비만 체형은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정상 체중이거나 저체중, 즉 이른바 '마른 당뇨'에 해당합니다. 마른 당뇨란 비만이 아님에도 혈당 조절이 안 되는 상태로, 원인의 핵심은 대부분 췌장 기능 저하에 있습니다. 췌장이 인슐린을 충분히 분비하지 못하니, 아무리 음식을 줄여도 혈당이 내려가지 않는 것입니다.

더 억울한 건 따로 있었습니다.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같은 체격과 나이의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췌장 크기가 12% 작고 기능은 36%나 낮다고 합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유전적으로 불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다소 허탈했지만, 오히려 "그러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전환됐습니다.

중국에서 3,000명 이상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췌장 기능이 세 단계를 거쳐 저하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진단 후 약 4년까지는 췌장이 무리해서 인슐린을 더 짜내고, 그 이후부터 약 17년간 매년 3%씩 분비량이 감소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흐름을 모른 채 식단과 운동만 반복하면, 췌장은 이미 소진되고 있는데 본인은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핵심은 인슐린 분비량 파악, C펩타이드 검사부터

저는 처음 1년을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보냈습니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매일 1시간씩 달렸습니다. 살은 빠졌고 기력도 바닥났는데, 정작 공복혈당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인슐린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를 식단 제한으로만 해결하려 했으니까요.

여기서 C펩타이드(C-peptide) 검사가 중요해집니다. C펩타이드란 인슐린이 만들어질 때 함께 생성되는 물질로, 체내 인슐린 분비량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인슐린 자체를 측정하면 외부에서 주사로 투여된 인슐린과 몸에서 자연 생성된 인슐린이 뒤섞여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C펩타이드로 췌장의 실제 분비 능력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당화혈색소(HbA1c)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전략을 잘못 세울 수 있습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입니다. 예를 들어 당화혈색소가 동일하게 8%라도, 췌장이 아직 인슐린을 과잉 분비하며 버티고 있는 단계인지, 아니면 이미 고갈되어 분비량이 급감한 단계인지에 따라 관리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다음 두 가지 유형을 구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췌장 과부하형: 인슐린을 많이 만들고 있지만 혈당이 안 잡히는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문제이므로, 저항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췌장 고갈형: 인슐린 분비 자체가 줄어든 경우. 무리한 식단 제한보다 췌장을 쉬게 하고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저처럼 마른 당뇨 환자의 40% 정도가 인슐린 분비 부족 상태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C펩타이드 검사를 요청하면 혈액 한 번으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으므로, 아직 검사해 본 적 없다면 다음 진료 때 반드시 챙기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혈당을 잡은 습관 세 가지

이론을 알게 된 뒤 저는 전략을 통째로 바꿨습니다.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이는 오히려 췌장이 인슐린을 덜 만들게 유도한다는 점을 알고 나서는, 현미밥 위주의 복합 탄수화물은 적정량 유지하되 정제 탄수화물만 끊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이란 설탕, 밀가루, 액상과당 등 소화 흡수가 빨라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식품을 말합니다.

가장 효과가 컸던 건 역시 '저녁 7시 전 식사 완료'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퇴근 후 아내와 치킨에 맥주 한 잔이 하루의 낙이었는데, 그걸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한 달은 거의 의지력 싸움이었고, 3개월쯤 되니 겨우 습관으로 자리를 잡더군요. 저녁이 되면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 같은 음식을 먹어도 아침이나 점심보다 혈당이 훨씬 높게 올라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녁은 하루 중 가장 가볍게, 그리고 일찍 끝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슐린 감수성이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감수성이 낮으면 인슐린이 분비돼도 혈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췌장이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려 무리하게 됩니다.

세 번째로 수면의 힘을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공복혈당 일기를 쓰면서 알아챘는데, 늦게 잔 날은 예외 없이 다음 날 아침 수치가 높았습니다. 어떤 날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잔 것만으로 공복혈당이 20 이상 내려간 적도 있었습니다. WHO도 수면 부족이 혈당 조절 능력과 대사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결국 저는 이 세 가지를 3개월간 꾸준히 실천한 뒤 약을 끊고, 당화혈색소 5.8%를 유지하며 당뇨 관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뇨 관해란 당뇨약을 모두 끊은 상태에서 3개월 이상 당화혈색소 6.5% 미만을 유지하는 것을 의학적으로 인정하는 기준입니다.

당뇨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병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지만, WHO와 미국당뇨병학회 등에서도 이제 당뇨 관해를 치료 목표 중 하나로 공식 인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저녁 7시 식사 완료나 매일 7~8시간 수면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고, 완벽하게 지키지 못한 날도 많았습니다. 다만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려 하지 말고, 오늘 저녁 야식 하나만 끊는 것부터 시작하면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youtu.be/L61rthvRH1U?si=ypF3qYDr_TmamQ0y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