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에 물이 찼다
40대가 넘으면 무릎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계단을 내려갈 때, 오래 걸은 날 저녁, 쪼그려 앉았다 일어날 때. 젊을 때는 몰랐던 감각들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한다. 주변에 무릎 안 좋은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도 그 나이 즈음부터다. A씨 이야기도 그렇게 시작됐다.
A씨는 40대 초반의 재활치료 직원이다. 체격도 좋고 체력도 좋아서 환자들에게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주말마다 조기축구회에 나갔는데, 다들 나이가 있으니까 살살 찬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 전에는 항상 그런 말이 오간다. "우리 나이에 무리하면 안 되지."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달라진다. 승부욕이 올라오고, 공 앞에서 몸이 먼저 반응한다.
조기축구 하다 무릎이나 발목을 심하게 다쳐 운동을 못 하게 된 분들을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봐왔는데, A씨도 그렇게 됐다. 어느 해 늦가을, 경기 중 상대 선수와 드리블하다 정면으로 부딪혔다. 쓰러지는 순간 무릎에서 뭔가 어긋나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는 일단 참았다. 마침 같이 운동하는 분 중에 한의사가 있었는데, 경기 끝나고 그분한테 침을 몇 대 맞았다고 했다. "며칠 쉬면 괜찮을 거야." 그 말을 믿고 파스 붙이고 버텼다. 그렇게 2주가 지났다.
무릎이 잘 안 펴진다면

걷기는 됐다. 하지만 계단이 문제였다.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이 제대로 펴지지 않았고, 무릎 안쪽 통증이 가라앉질 않았다. 부기도 빠지지 않고 오히려 열감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그제야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골절은 아니었다. 그런데 의사가 무릎 안에 물이 찼다고 했다. 정확히는 관절액이 비정상적으로 고인 상태인데, 슬관절 삼출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무릎 관절은 외부 충격에 약한 구조로 되어 있어 외상이나 염증이 생기면 관절 안에서 액체가 과도하게 분비되어 부풀어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무릎 물 차는 증상은 단독으로 오는 경우보다 연골이나 인대 손상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MRI를 찍었더니 반월판 연골 손상도 함께 나왔다. 나중에 A씨한테 그 순간 이야기를 들었다. MRI 결과지를 받아 들고 의사 설명을 듣는데, 재활치료 일을 하면서 수없이 봐왔던 그 상태가 자기 무릎 사진에 찍혀 있더라고 했다. "내가 환자한테 설명하던 그거였어요." 그 말을 하면서 A씨는 잠깐 웃었는데, 웃음이 좀 씁쓸해 보였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따르면, 반월판연골은 무릎 위아래 관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물인데, 무릎에 회전력이 가해지는 스포츠 운동 중 손상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A씨처럼 방향 전환이 많은 축구에서 상대와 충돌하거나 착지 충격이 클 때 특히 생기기 쉽다고 한다. 동네 병원에서는 더 정밀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대학병원을 권했다.
주사 맞고 수술까지
대학병원에서는 먼저 관절 안에 고인 물을 빼는 시술을 했다. 주사기로 관절액을 뽑아내는 건데, A씨는 그 장면이 꽤 무서웠다고 했다. 물이 빠지고 나서는 무릎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했다. 이후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도 병행했다. 한두 번 맞고 나서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는데, 근본적인 손상이 남아 있어 호전이 오래가지 않았다.

반월판 손상 범위가 생각보다 넓어서 결국 관절경 수술까지 받게 됐다. 작은 구멍 두세 개를 뚫고 내시경 기구를 넣어 손상된 연골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반월판연골절제술은 국내에서 한 해 5만 명 이상이 받는 수술로, 무릎 관련 수술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절개 범위가 작고 회복이 비교적 빠른 편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며칠 입원은 피할 수 없었다.
병문안을 갔을 때였다. A씨는 침대에 다리를 쭉 뻗고 누워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축구 경기 영상이었다. "6개월은 뛰지 말라는데, 그냥 눈으로라도 봐야지요." 멋쩍게 웃으면서 하는 말인데, 그 표정이 어딘가 쓸쓸해 보였지만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몸은 병실에 있어도 마음은 이미 운동장에 가 있는 사람 같았다.
무릎 통증, 참을수록 멀어진다
A씨가 처음 다쳤을 때 바로 병원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2주를 버티는 사이에 손상이 더 진행됐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무릎관절증 안내에 따르면, 무릎 안쪽 통증이 지속되거나 붓기와 열감이 함께 나타날 때는 엑스레이만으로는 부족하고 MRI까지 확인해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릎 물 차는 증상은 재발 가능성도 있어서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과도한 운동, 장시간 쪼그리는 자세, 계단 오르내리기를 무리하게 반복하는 것이 재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A씨는 지금은 복귀해서 잘 지내고 있다. 조기축구도 다시 나가는데,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꼭 챙긴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면서 솔직히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됐다. 나도 무릎이 뻐근하면 그냥 하루 쉬면 낫겠지 하고 넘겼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A씨처럼 몸을 잘 아는 사람도 결국 2주를 버텼는데, 나 같은 사람이야 오죽했을까 싶다. 아는 것과 내 몸에 적용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걸, A씨 덕분에 좀 뒤늦게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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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니며,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