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이 아침마다 안 펴졌다
직장 선배 H씨 이야기입니다. 올해 쉰여섯으로, 20년 넘게 무역회사에서 일해온 사람입니다. 워낙 체력이 좋아서 병원이라곤 거의 안 다니던 사람이었는데, 2021년 가을부터 이상한 증상이 반복됐다고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양손 손가락 마디가 뻣뻣하게 굳어있는 겁니다. 30분에서 한 시간쯤 지나면 풀리는데, 다음 날 아침엔 또 같은 증상이 반복됐습니다. 무릎과 발목도 번갈아가며 붓고 열감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H씨는 처음엔 나이 탓이겠거니 했다고 합니다. 50대가 되면 다 이러는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렇게 넉 달을 버티다가 결국 동네 내과를 갔는데, 의사가 바로 류마티스내과를 가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외래를 잡았고, 혈액검사와 영상 검사를 받은 뒤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진단받았다고 들었습니다. H씨는 그날 진료실에서 나와 병원 복도에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 한참 서 있었다고 했습니다.
면역이 나를 공격하는 병
H씨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진단 설명 자체였다고 합니다. 바이러스도 세균도 아니고, 자기 몸속 면역세포가 정상 관절 조직을 적으로 인식해서 공격한다는 말이 처음엔 실감이 안 됐다고 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면역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져 정상 조직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그중 관절 활막을 주로 공격하는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절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40~60대 여성에게 많지만 남성도 예외는 아니라고 합니다.
H씨는 진단 후 한동안 인터넷을 뒤졌다고 했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 검색 결과에 관절 변형 사진들이 나오는 걸 보고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했습니다. 담당 교수가 다음 진료에서 "지금 단계에서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고, 그 말을 듣고서야 조금 마음이 풀렸다고 했습니다.
약 먹고 3개월, 몸이 달라졌다
H씨는 메토트렉세이트 계열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두 달은 속이 불편하고 피로감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부작용이 심하면 약을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3개월쯤 지나니 몸이 적응했다고 했습니다.
H씨는 아침 손가락 뻣뻣함과 무릎 불편감이 이전보다 덜 느껴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혈액검사에서 염증 수치인 CRP와 ESR도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완치가 아니라 관리의 개념이라는 걸 H씨도 그때쯤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국립보건연구원에서도 자가면역질환은 완치보다 증상 조절과 관절 손상 예방에 치료 목표를 두며, 꾸준한 약물 치료와 생활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생활을 바꾸니 버틸 만해졌다
H씨가 약물 치료 외에 가장 신경 쓴 건 수면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새벽 1~2시까지 일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다 자는 패턴이었는데, 진단 이후로는 11시 취침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했습니다. 수면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관절 증상도 유독 심하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식습관도 손댔습니다. 장 건강과 면역 기능이 연관된다는 내용을 보고 나서, 채소와 발효식품 섭취를 늘리고 야식과 과식을 줄였습니다. 특별한 치료식이 아니라 그냥 규칙적으로 먹는 것 자체가 몸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
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걷기를 하루 30분씩 유지했습니다. 염증이 심한 날은 쉬고, 괜찮은 날은 걷는 방식으로 조절했다고 했습니다. H씨는 "완벽하게 낫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편해졌다"고 했습니다.
진단 받아도 일상은 가능하다
H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아침에 관절이 뻣뻣하거나 이유 모를 피로감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H씨처럼 넉 달을 버티다 갔을 때와 초기에 갔을 때는 관리 방향을 더 빨리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을 포함한 자가면역질환은 진단이 무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H씨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약을 챙기고, 잠을 자고, 걷기를 하면서 직장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관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일상도 조금씩 안정됐다고 했습니다.
관련 출처
대한류마티스학회
국립보건연구원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강남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 본 게시물은 의사로서의 전문적 의학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단·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