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게 '근육'과 '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종양을 없애는 것도 벅찬데 근육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그런데 계단을 오르다 다리가 풀리는 순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암 치료 중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은 생존율과 치료 성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근감소증이 항암 치료에 미치는 영향
일반적으로 근감소증은 노년층의 문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암 환자라면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수술 후 식욕이 뚝 떨어지고, 구역감과 피로로 하루 종일 누워 지내다 보면 근육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사라집니다.
근감소증(Sarcopenia)이란 근육량과 근력이 함께 감소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몸을 지탱하는 기둥이 가늘어지는 것입니다. 근육이 줄면 단순히 힘이 없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항암제의 독성을 버텨내는 신체 전반의 능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치료 일정이 지연되거나 항암제 용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적 연구에서 근감소증이 심화된 환자군의 평균 생존 기간은 약 8.9개월에 그쳤습니다. 반면 근육이 잘 유지된 환자군은 평균 14.8개월로,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났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체력 문제가 아니라, 생사와 직결된 수치였으니까요.
인바디(체성분 분석) 검사나 악력 측정, 보행 속도 테스트 등을 통해 근감소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정기 검진에서 인바디 결과를 꼭 함께 확인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환자와 골다공증: 아로마타제 억제제의 이면
유방암 치료를 받고 나서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 AI)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재발 예방을 위해 수년간 복용하는 것이 표준 치료 지침으로 권고됩니다.
문제는 에스트로겐이 뼈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입니다. 이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담당 교수님이 "골밀도 감소 속도가 일반적인 노화보다 최대 7배 빠를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솔직히 그 숫자가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년 뒤 골밀도 검사 결과를 보고 나서야 그 말의 무게를 실감했습니다.
골밀도 T점수(T-score)란 같은 성별의 젊은 성인 평균 골밀도와 비교한 표준화 수치입니다. T점수가 -2.5 이하로 내려가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하며, -1.0에서 -2.5 사이는 골감소증으로 봅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복용 중인 유방암 환자는 골다공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치료 지침상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와 필요시 약물 치료가 권고됩니다(출처: 대한골대사학회).
칼슘 1,000~1,200mg과 비타민 D 8001,000IU의 일일 섭취를 기본으로 챙기되, 골밀도가 많이 떨어진 경우에는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나 데노수맙(Denosumab) 같은 골 흡수 억제제 사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비스포스포네이트는 뼈에 오래 남아 작용하는 경구 복용 약이고, 데노수맙은 6개월 단위로 주사하는 방식으로 장기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단, 이 두 약물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치과 검진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장기 복용 시 악골괴사(턱뼈가 괴사하는 부작용)가 발생할 수 있어, 발치나 임플란트 같은 치과 시술 전에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저도 이 부분을 알고 나서 치과 상태를 미리 점검했는데, 진단 전 미리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전립선암과 ADT: 남성도 피해 갈 수 없는 뼈 손실
골다공증을 여성만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전립선암 환자들을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립선암 치료에는 안드로겐 차단 요법(ADT, Androgen Deprivation Therapy)이 많이 사용됩니다. ADT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억제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 치료법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이 근육과 뼈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치료를 받으면 근육량 감소와 골밀도 저하가 거의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한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립선암 환자 중 치료 전 골다공증 비율은 35%였으나, ADT 치료 2년 후에는 43%, 6년 후에는 약 60%, 10년 이상 받은 경우에는 무려 81%까지 골다공증 유병률이 치솟았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오래 치료받을수록 뼈가 심각하게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ADT 치료를 받는 전립선암 환자가 고관절 골절을 겪으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1년 이내 사망 위험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데이터도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뇨의학회).
이 때문에 전립선암 환자에게도 골다공증 진단 이전부터 예방적 차원의 뼈 강화 약물 투여를 고려하는 것이 현재 임상 현장의 흐름입니다. 단순히 골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치료 지속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접근입니다.
근육과 뼈를 동시에 지키는 실천 전략
항암 중에 운동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구역감과 극심한 피로가 계속되는 상태에서 운동이라니,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항성 근력 운동(Resistance Training)을 천천히 시작하면서 몸이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저항성 근력 운동이란 근육에 외부 저항을 가해 근력과 근육량을 키우는 운동으로, 벽 밀기, 스쿼트, 탄성 밴드 운동 등이 해당됩니다.
암 치료 중인 환자에게도 주 2~3회 규칙적인 저항성 운동이 근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근력 운동은 근육을 키우는 동시에 뼈에 물리적 자극을 주어 골밀도 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심폐 지구력을 높이고, 체내 염증 상태를 개선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치료 중 근육과 뼈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핵심 실천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항성 근력 운동(스쿼트, 벽 밀기, 탄성 밴드)을 주 2~3회 시행
- 칼슘 1,000~1,200mg, 비타민 D 800~1,000IU 매일 섭취
-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통해 근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 공급
- 정기적인 인바디 검사와 골밀도(DXA) 검사로 변화 추적
- 뼈 강화 약물 복용 전 치과 검진 필수
처음엔 벽을 짚고 겨우 일어서는 수준부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근육을 지키는 것이 항암 부작용을 버티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라는 걸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암 치료는 종양을 없애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은 치료 과정과 그 이후의 일상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치료를 받는 분이라면 근육량과 골밀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담당 의료진과 운동 및 영양 계획을 함께 세우시길 권합니다. 제가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이 글에서 한 분이라도 미리 챙기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치료 결정과 약물 복용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