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먹고 눕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처형 남편, 그러니까 동서 이야기예요. 올해 쉰여덟으로 지방 중소도시에서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기계를 돌보는 일을 하다 보니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생활을 20년 넘게 해온 사람이에요. 밥 먹고 나면 소파에 앉아 TV 보는 게 낙이었다고 했습니다.
2023년 초 처형이 전화를 했어요. 동서가 건강검진에서 복부비만과 공복혈당 장애 소견을 함께 받았다는 겁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도 아닌데 배만 유독 나왔고 혈당도 경계치였어요. 의사가 식사 후 움직이는 습관부터 바꿔보라고 설명했다는데, 동서는 밥 먹고 바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오랫동안 믿어온 사람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동서한테 전화를 했어요. 밥 먹고 바로 격렬하게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걷기나 스쿼트 같은 활동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동서는 반신반의한다는 눈치였습니다. "그게 진짜예요?" 하는 반응이었어요.
식후 혈당, 움직임 하나로 달라질 수 있다
식사를 하면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혈당은 식후 일정 시간 동안 상승하는데, 이때 근육을 움직이면 포도당이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허벅지처럼 큰 근육을 사용하는 동작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서가 처음 시작한 건 식후 스쿼트 10개였어요. 인쇄소 한켠에서 밥 먹고 나오면서 스쿼트 10개를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처음엔 창피하다고 했어요. 직원들 보는 데서 혼자 쭈그려 앉았다 일어서는 게 어색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점심 먹고 화장실 다녀오는 척 구석에서 혼자 했다고 했어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혈당 관리와 복부비만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동서가 시작한 방향도 그와 비슷했습니다.
운동 스낵, 짧게 자주가 오래 간다
동서가 한 달쯤 지나서 전화를 했어요. 스쿼트 10개가 너무 쉬워졌다는 겁니다. 그래서 식후마다 스쿼트 20개에 제자리 걷기 2분을 추가했다고 했어요. 아침, 점심, 저녁 식후 세 번. 하루 총 운동 시간이 10분도 안 되는데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운동 스낵(Exercise Snack)이라고 해요. 하루 한 번 긴 운동 대신 짧은 운동을 여러 차례 나누어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도 짧은 신체 활동을 자주 하는 것이 대사 건강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헬스장을 못 가는 사람이나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에게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동서가 이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단순했습니다. 인쇄소를 혼자 돌리다 보니 한 시간씩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는 거예요. 식후 5분 정도의 루틴은 그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었습니다.
3개월 후 변화가 보였다
동서는 3개월 뒤 추적 검사를 받았어요. 공복혈당 수치가 이전보다 좋아졌고 허리둘레도 2cm 줄었습니다. 체중은 1kg 정도 줄었지만 뱃살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고 본인도 이야기했다고 처형이 전해줬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에요. 역류성 식도염이 있거나 당뇨 치료제를 복용 중이라면 운동 방법에 대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서는 약을 복용하지 않는 상태였고 가벼운 움직임부터 시작한 것이 꾸준히 실천할 수 있었던 이유였어요.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에서도 식후 가벼운 신체 활동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동서 역시 생활 습관을 바꾸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고 했어요.
거창한 운동보다 꾸준한 습관이 먼저다
동서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저도 돌아봤어요. 저 역시 한동안 밥 먹고 바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가벼운 걷기나 스쿼트 정도의 활동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뱃살이 고민이거나 혈당이 경계치에 걸렸다면 헬스장 등록보다 먼저 식후 스쿼트 10개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동서는 인쇄소 구석에서 혼자 그렇게 시작했어요. 중요한 건 운동 강도보다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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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특정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니며, 증상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치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