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먹고 나면 운전대를 못 잡았어요
오랜 지인 R씨 이야기입니다. 올해 쉰여섯으로 15년째 장거리 화물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직업 특성상 하루 대부분을 운전석에서 보내는 사람인데, 몇 년 전부터 점심 식사 후 졸음이 너무 심해서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차를 세우고 쉬어야 했다고 합니다. 심할 때는 10분 정도 눈을 붙여야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고 해요.
R씨는 운전 중 허기를 달래려고 믹스커피와 말린 망고, 건포도를 자주 먹었습니다. 피곤하면 커피 한 캔 더 마시고 졸리면 단것을 찾는 생활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었어요. 그러다 2022년 가을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장애 소견을 받았습니다. 공복혈당이 108이었고, 의사가 지금부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R씨가 저한테 연락한 건 검진 다음 주였습니다. "내가 먹는 게 뭐가 문제냐"고 묻더라고요. 식습관을 들어보니 이유가 보였습니다. 말린 과일은 수분이 빠지면서 당분이 농축되기 때문에 생과일과는 다르게 먹는 양에 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믹스커피 역시 당류가 포함된 제품이 많습니다. 건강식이라고 믿었던 간식들이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고 있었던 겁니다.
건강식이라 믿었던 것들이 문제였어요
R씨가 충격받은 건 말린 과일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무가당 주스를 즐겨 마셨는데, 무가당은 설탕을 추가하지 않았다는 뜻일 뿐 과일 자체의 당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식도 문제였습니다. 장거리 운전 중 들르는 휴게소 식당이나 기사 식당은 자극적인 양념이 들어간 메뉴가 적지 않았습니다. 집밥과 비교하면 나트륨이나 당류 함량이 높을 수 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외식 빈도가 높을수록 혈당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R씨는 그때서야 자신이 건강하다고 믿었던 간식 습관이 혈당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식사 순서 하나 바꿨더니 졸음이 줄었어요
R씨가 제일 먼저 바꾼 건 식사 순서였습니다. 예전에는 밥부터 먹는 게 습관이었는데 나물 반찬을 먼저 먹고 계란이나 생선 같은 단백질을 먹은 뒤 마지막에 밥을 먹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2주 정도 지나니 자연스러워졌다고 해요.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고 합니다. 점심 식사 후 졸음이 이전보다 줄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식사 후 바로 쉬어야 했는데, 식사 습관을 바꾸고 나서는 바로 출발할 수 있는 날이 늘었다고 했습니다. 식사 방식 변화가 혈당 관리와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R씨는 식사 후 휴게소를 한 바퀴 걷는 것도 함께 시작했습니다. 10분 정도 걷는 것이었는데 몸을 움직이고 나면 오후 운전이 한결 수월했다고 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식후 가벼운 신체 활동의 중요성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차 안 간식을 완전히 바꿨어요
R씨가 두 번째로 바꾼 건 운전 중 먹는 간식이었습니다. 말린 망고와 건포도 대신 사과와 방울토마토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믹스커피는 아메리카노로 바꾸고 하루 두 잔 이내로 조절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단맛이 그리웠다고 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 사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
6개월 뒤 추적 검사에서는 공복혈당 수치가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합니다. 담당 의사가 지금처럼 생활 습관을 유지해 보자고 했다는 말을 전해줄 때 R씨가 "그 말 들으려고 6개월 버텼다"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식단을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휴게소에서 단것을 먹는 날도 있고 외식 메뉴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식사 순서와 간식 종류 두 가지는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혈당 관리는 거창하지 않아도 돼요
R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건강식이라고 믿는 것들이 생각보다 혈당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특별한 식단보다 식사 순서 같은 작은 습관 변화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공복혈당 장애 소견을 받았거나 식후 졸음이 유독 심하다면 오늘 점심부터 식사 순서를 한번 바꿔보시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R씨도 그렇게 시작했다고 합니다.
관련 출처
※ 본 게시물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건강 상태와 관리 방법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