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아침, 식탁에서 젓가락을 툭 떨어뜨리는 순간이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걸 저는 주변에서 직접 목격하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60대 중반의 지인 김 씨가 바로 그런 아침을 맞았습니다.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후유증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BE-FAST로 읽는 뇌졸중 전조 증상
김 씨는 처음엔 "잠이 덜 깼나" 싶었다고 했습니다. 손에 힘이 빠지고 젓가락이 미끄러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겠지요. 그런데 거울을 보니 한쪽 입꼬리가 처져 있었고, 아내에게 말을 걸려 하자 발음이 꼬여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짧은 시간 사이, 다행히 아내가 즉시 119를 불렀습니다. 그 판단이 김 씨의 회복을 가른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BE-FAST라는 체크리스트였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 응급의학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뇌졸중 증상 확인법입니다.
- B (Balance): 몸의 균형이 무너져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거나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 나타납니다.
- E (Eyes): 시야가 갑자기 흐릿해지거나 커튼이 내려온 것처럼 어두워지는 증상입니다. 후두엽이나 시신경에 출혈이 생겼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 F (Face): 얼굴 한쪽에 편마비(얼굴의 좌우 중 한쪽이 마비되는 현상)가 오거나 표정을 제대로 만들 수 없는 상태입니다.
- A (Arms): 한쪽 팔이나 손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젓가락질이나 단추 채우기 같은 섬세한 동작이 갑자기 안 되는 경우입니다.
- S (Speech): 생각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거나 발음이 뭉개지는 언어 장애입니다.
- T (Time): 이 중 하나라도 나타나면 즉시 시간을 확인하고 응급실로 이동해야 합니다. 골든타임은 최대 4.5~5시간 이내입니다.
여기서 골든타임이란 뇌졸중 발생 후 혈전 용해술(막힌 혈관을 뚫는 치료)이나 수술적 처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 범위를 의미합니다. 이 시간 안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뇌세포는 1분에 약 190만 개씩 손상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겪어보니, BE-FAST의 앞쪽에 해당하는 B와 E, 즉 균형 감각 이상과 시야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그냥 넘기는 증상입니다. 어지럼증을 빈혈이나 피로로, 시야 흐림을 안구 건조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갑작스러운 이명(귀에서 삐 소리가 나는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뇌졸중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은 특히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뇌졸중이란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 두 가지로 나뉩니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혈류가 차단되는 것이고, 뇌출혈은 뇌 안의 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기는 상태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합쳐 뇌졸중이라고 부릅니다. 60세 이상에서 뇌졸중이 발생하면 1년 이내 사망률이 약 30%에 달한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뇌졸중 골든타임과 실질적인 예방법
김 씨는 구급차 안에서 의식이 흐려지는 공포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 후 병원에서 혈전 용해술을 받고 큰 후유증 없이 회복했지만, 퇴원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때 조금만 늦게 갔더라면 어땠을지." 저는 그 한 마디가 뇌졸중에 관해 제가 읽은 어떤 설명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뇌졸중 환자를 발견했을 때 해야 할 것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해야 할 것:
- 의식 상태를 먼저 확인한다.
- 즉시 119를 호출하고, 주변 사람이 있다면 동시에 요청한다.
- 환자를 눕힌 상태에서 턱을 살짝 들어올려 기도를 확보한다.
- 구토를 했다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몸을 옆으로 돌려 눕힌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 아스피린 계열 약을 임의로 먹이는 행위. 뇌출혈이 원인인 경우 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 물이나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행위. 의식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환자를 흔들거나 목을 주무르는 행위. 혈관에 추가 손상을 줄 위험이 있습니다.
예방과 관련해서 저는 '주 5일 유산소 운동'이라는 조언이 현실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압니다. 실제로 이미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령인 분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운동만큼이나 혈압 수치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축기 혈압이란 심장이 수축할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혈압계의 윗 숫자에 해당합니다.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이완될 때의 압력으로 아랫 숫자입니다. 뇌졸중 예방을 위한 목표 수치는 수축기 130mmHg, 이완기 80mmHg 이하입니다. 뇌졸중 환자의 70~80%가 이미 고혈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혈압 관리가 곧 예방의 핵심입니다.
혈압약에 대해 "한번 먹으면 끊을 수 없다", "내성이 생긴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약을 복용함으로써 얻는 혈관 보호 효과가, 먹지 않고 버티다가 생기는 합병증의 위험보다 훨씬 작습니다. 주치의가 복용을 권유한다면, 그것은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봐야 합니다.
부정맥(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상태)이 있는 분들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심방세동이란 심장의 위쪽 방인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이로 인해 심장 안에 혈전이 형성되고 이것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고혈압에 당뇨, 고지혈증까지 겹친 분이라면 심방세동 여부도 꼭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실제로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있는 경우 뇌졸중 위험은 급격히 높아진다고 국내 연구들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결국 뇌졸중은 '나이 든 사람의 병'이 아닙니다. 저도 처음엔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지만, 40대 이하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BE-FAST 증상을 외워두는 것, 혈압 수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 그리고 이상 증상이 생겼을 때 망설이지 않고 119를 누르는 것. 이 세 가지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비입니다. 아는 것이 이 질환에서만큼은 진짜 힘이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